매일신문

[사설] 위기의 대구약령시, 보존 대책 찾자

400년의 역사와 전통을 가진 대구약령시 터전이었던 약전골목이 붕괴 위기라고 한다. 현대백화점 개점 이후 건물 임대료가 배 이상 뛰면서 업소들이 하나 둘 떠나고 있다. 약전골목의 영세 한방 관련 업소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는 것이다.

대구약령시보존위원회에 따르면 백화점 공사가 시작된 2009년 약업사와 한약방 등 한방 관련 업소는 210곳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말 현재 181군데로 줄었다. 지난 2005년엔 216곳이 영업했다. 2009년까지 5년 동안은 불과 6군데만 없어졌는데 백화점 공사 이후 3년 만에 무려 29곳이나 사라졌다. 시간이 흐를수록 약전골목에서 모습을 감추는 업소들이 많아지고 있다.

이는 백화점 등장으로 가파르게 오른 임대료가 원인일 수 있다. 17년 영업했다는 한 업소 주인은 "종전까지 60만 원 하던 월세가 200만 원으로 인상돼 지난달 이사를 했다"고 말했다. 또 "20~30군데가 백화점 가까운 곳에서 임대료 싼 곳으로 옮겼다"고 했다. 고공행진의 임대료로 오랜 전통과 역사 흔적이 지워지고 있다. 약전골목이 서서히 무너지고 있는 셈이다.

약전골목의 업소들은 대부분 영세하다. 따라서 업소 이전은 계속될 것 같다. 약령시 보존 차원에서는 걱정이 아닐 수 없다. 지난해 대구경북연구원이 조사한 결과 약령시장 일대 전체 업소 중 자가(自家) 비율은 20%도 되지 않았다. 영세 업소들이 2~3배 뛴 임대료로 이사를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들이 자취를 감춘 자리에는 젊은이와 백화점 고객들을 겨냥한 커피숍이나 카페 등 새로운 업종들이 속속 선을 보이고 있다. 약전골목 얼굴이 조금씩 바뀌고 있는 것이다.

이런 추세라면 약령시와 약전골목의 모습이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것은 시간문제일 것이다. 약령시는 한때 전국 최고를 자랑했던 한약시장이었다. 약령시는 보존회와 행정 당국의 노력으로 옛 명맥을 이어 보존됐다. 그 덕에 약령시와 약전골목은 대구의 훌륭한 관광자원이 됐다. 전국의 관심을 끈 도심 골목 투어에서도 빼놓을 수 없는 곳이다. 역사성을 가진 대구의 소중한 문화유산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한번 없어지면 쉽게 복원하기 힘든 것이 문화유산이다. 훗날을 위해 옛 흔적들이 더 이상 없어지기 전에 영상기록 등으로 남기는 작업이 필요하다. 또한 현재 진행 중인 도심 가꾸기 사업과도 연계되는 만큼 붕괴를 손 놓고 보고만 있을 때가 아니다. 당국은 약령시 보존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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