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묻지 마' 복지 공약, 추진 재원은 있는가

4월 총선에서 여당이 이기든 야당이 이기든 국민은 엄청나게 행복해질 것 같다. 여야가 경쟁적으로 쏟아내고 있는 복지 공약을 보면 우리도 곧 북유럽과 같은 복지 혜택 속에 풍요로운 삶을 누리게 될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자녀 키우고 밥 먹이고 병원 가는 데 돈 들 일이 없어지고, 청년 실업자는 취업 때까지 기본적인 생활비를 국가로부터 받게 된다. 또 비정규직도 정규직과 비슷한 급여를 받게 되고, 대학생은 공공 부문이 공급하는 원룸텔에서 생활할 수 있게 된다. 그뿐인가. 중소기업 입사 예정인 대학생은 국가가 등록금을 대주고, 대학에 가지 않고 기업에 취직한 고졸 청년은 대학 등록금에 상응하는 목돈을 국가가 지급한다.

참으로 좋은 세상이 오는 듯하다. 문제는 이 많은 복지 공약을 실현하기 위한 돈은 어디서 마련할 것인가다. 여야 모두 이 문제에 대한 검토는 부족하다. 복지 공약에서 앞서가고 있는 민주통합당만 해도 재원 대책이 뚜렷하지 않다. 민주당은 무상 급식'보육'의료+반값 등록금에 17조 원이, 일자리'주거'취약 계층 지원 16조 원 등 33조 원이 들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민주당은 이를 세금 신설이나 국채를 발행하지 않고 재정'조세'복지 개혁을 통해 마련할 수 있다고 한다.

이런 주장이 설득력을 얻으려면 세부적으로 검증해봐야 한다. 그러나 그런 노력은 별로 보이지 않는다. 더 큰 문제는 33조 원은 지난해 8월 추산한 것으로, 그 이후 새로 마련한 공약에 대한 재원 대책은 제시되지 않았다. 재원 대책이 없는 복지 공약이 어떻게 귀결될지는 뻔하다. 공약(空約)이 되거나 국가 재정의 파탄이거나 둘 중 하나다.

새누리당으로 간판을 바꿔 단 여당도 다를 바 없다. 새누리당 총선공약개발단이 추진 중인 '88장학금'과 '뿌리장학금'은 총 5천억 원이 필요하고 또 현재 9만 원 수준인 사병 월급을 40만 원으로 인상하는 방안도 1조 5천억 원이 소요된다. 그러나 이 같은 정책을 추진하는 데 필요한 재원을 어디서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다. 여당으로서 참으로 무책임한 태도가 아닐 수 없다.

복지는 한번 늘리면 줄이기가 매우 어렵다. 그래서 어떤 복지 정책을 어느 수준에서 시행할지는 당리당략적 접근을 철저히 경계해야 한다. 그러나 여야는 정반대의 길을 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대로라면 4월 총선은 여야가 합작해 나라 곳간을 끝장내는 결과를 가져올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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