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에는 색다른 스파이 영화 한 편이 극장을 찾는다.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는 할리우드의 첩보영화와 차별화된 구성을 보여주는 영국, 프랑스, 독일의 합작영화다. 특히 전 세계를 매혹시킨 뱀파이어의 슬픈 사랑 이야기인 '렛 미 인'을 감독한 토마스 알프레드슨이 이번 작품의 연출을 맡아 더욱 기대를 모으고 있다. 실제로 영국 개봉 당시 박스오피스 3주 연속 1위를 차지했으며 시카고비평가협회상, 스톡홀롬국제영화제 국제비평가협회상, 베니스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서 상영되는 등 타임지가 2011년 최고의 영화로 선정해 대중성과 작품성을 모두 갖춘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냉전 시대인 1970년대 영국의 비밀 정보부는 영국정보국(서커스) 내에 침투한 러시아 스파이를 밝혀내기 위해 비밀리에 움직이지만 이를 간파한 내부 첩보원의 조작으로 작전은 실패하고 만다. 이후 은퇴한 영국 첩보원 조지 스마일리(게리 올드만)가 자신이 일하던 정보부로부터 러시아 스파이를 색출해달라는 임무를 받는다. 스마일리는 조직 내부의 고위층에 오래전부터 스파이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인물들의 뒷조사에 들어간다.
할리우드의 많은 스릴러와 첩보물이 절대적인 적을 대상으로 하거나 현란한 액션을 통한 빠르고 감각적인 화면 구성으로 관객을 사로잡는 데 비해 이 영화는 화면 안에서의 카메라 이동과 인물의 움직임 등을 통해 이야기의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특징을 가진다.
물론 누가 스파이인지를 모르는 가운데 조직 내부에 숨어 있는 스파이를 찾아야 하는 상황은 이전의 많은 영화에서 다루어진 설정이다.
그러나 동명의 원작 소설가인 존 르 카르레가 전직 영국 비밀 정보국 요원이었기에 실화를 바탕으로 전개하는 영화는 매우 생생하게 그 현장을 전하고 있다. 다만 점점 '냉전의 시대'와 멀어지고 있는 젊은 관객들이 역사적인 배경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면 다소간 이야기를 이해하기에 어려운 부분도 존재한다.
여기서 관객들은 의문을 가질 수 있다. 그렇게 여러 면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는 이 영화가 소위 와이드릴리즈 방식을 통한 전 세계 동시 개봉이 아닌 국가별로 다르게 개봉하는 전략을 구사하는 이유가 무언인가 하는 것이다. 떠들썩해야 할 북미시장도 생각보다 조용하다. 먼저 이는 명백히 이달 26일 열리는 2012 아카데미 시상식을 염두에 둔 전략이다. 남우주연상, 음악상, 각색상 등에 후보로 지명되어 있어 수상결과에 따라 흥행에 폭발력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채로운 점은 당연히 몇 번은 상을 받았을 거라 생각되었던 게리 올드만이 생애 최초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라 수상 여부가 뜨거운 관심이 되고 있다.
또 한 가지 이유는 영화가 가진 장점이자 단점인 '예술성'에 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기존의 첩보물과 다른 구성을 보이는 이 영화는 높은 완성도에도 '미션 임파서블'이나 '본' 시리즈에 길든 관객들에게 익숙한 이야기 구성이나 화면을 보여주지 않는다. 이를 국내 관객들은 어떻게 받아들일지에 대한 결과 역시 관심의 대상이다. 상영시간 127분, 15세 관람가.
김삼력 영산대 영화영상학과 교수 ksr@ys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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