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미술관의 역할과 방향에 대한 포럼

"지역 장소·역사성 고려 '대구미술'대표할 기획전을 "

2차 대구경북 컬처매니지먼트 포럼으로
2차 대구경북 컬처매니지먼트 포럼으로 '개관전을 통해 본 대구미술관의 역할과 과제'에 대한 포럼이 10일 대구경북연구원 18층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우태욱기자 woo@msnet.co.kr
대구미술관 전시실 모습.
대구미술관 전시실 모습.

대구미술관은 1998년 미술관 건립 자문위원회가 구성되고 드디어 2011년 5월 개관했다. 오랫동안 지역민들의 염원을 담아 개관했지만 대구미술관은 접근성의 문제, BTL 사업 추진에 따른 부속동 영리사업과의 충돌 문제 등이 불거져왔다. 내부적으로도 문제가 만만치 않았다. 소장품 확보 예산이 많지 않았고 학예실장의 임용이 난항을 겪는 등 적잖은 문제가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구미술관은 2016년 개관 예정인 울산미술관의 선례로 꼽힐 만큼 대외적으로 호평을 받고 있다. 지금까지 많은 시민들이 찾아 관람하는 등 대구시민들의 호응도 높은 편이다.

이런 가운데 '개관전을 통해 본 대구미술관의 역할과 과제'에 대한 포럼이 2차 대구경북 컬처매니지먼트 포럼으로 10일 오후 2시 대구경북연구원 18층 대회의실에서 관계자 3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그동안 대구미술관의 역할에 대한 학계의 심도있는 논의를 발견하기 어려웠기 때문에 이번 포럼은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았다.

이날 주제발표는 하윤주 온아트 연구원이, 지정토론은 김재환 경남도립미술관 큐레이터, 김기수 대구가톨릭대 강사가 맡았으며 진행은 김태욱 대구사진연구소장, 토론 사회는 민주식 영남대 교수가 맡았다.

▲"지역의 장소성과 역사성을 고려한 기획전을"

하윤주 온아트 연구원은 발제문 '개관전을 통해 본 대구미술관의 역할과 과제'를 통해 미술관의 공적 역할과 대구미술관 개관전에 대해 분석했다.

하 연구원은 개관특별전의 형식이 기본적으로 모더니즘 미학에 기대어 있고 그 내용은 대구의 지역성을 담기에는 너무나 포괄적이고 일반적인 주제였다고 분석했다. 따라서 모더니즘 미학을 걷어내고 지역의 장소성과 역사성을 고려한 기획전으로 변화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구 미술관은 오랜 세월 지나오면서 순차적으로 역할 변화를 감당했다면, 우리나라 공립미술관들은 1990년대 이후 세워져 미술관 기능에 대한 요구와 변화에 대한 요구가 한꺼번에 제기돼 시행착오를 겪고 있다고 진단했다.

대구미술관이 '시민에게 서비스하는 미술관'이 되기 위해 현대 미술의 폭넓은 체험을 목표로 삼았다면, 전시 형식 역시 다층적인 접근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 연구위원은 "각 지역의 공립미술관들은 현대라는 거시적 틀 안에서 어떻게 지역의 정체성을 탐색하고 그 발전을 모색하고 있는지 주목하고, 이를 바탕으로 대구미술관의 전략을 짤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1974년 대구의 미술인들의 예술적 행위로 현대미술의 현장을 구성한 것처럼 대구미술관이 대구미술의 당대적 사건을 기획해야 하고, 현대미술의 실천을 이끌어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하 연구원은 과거 대구 예술이 누렸던 긍지와 자부심을 되찾기 위해 대구미술관은 전시의 패러다임을 어떻게 구성할 것인가에 대한 연구와 고민을 쉬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또 이를 위해 지자체는 명확한 운영 정책을 만들고, 이에 합당한 책임자를 뽑아 미술관의 성격과 방향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발표했다.

▲공석인 관장 자리를 두고 대구시에 쓴소리

김재환 경남도립미술관 큐레이터는 지정토론문 '대구미술관 바라보기'를 통해 미술관 조직에서 인력은 충분히 배치되어 있는지, 일을 추진하는 이들에게 그만한 권한과 책임을 부여하고 있는지 되물었다.

김기수 대구가톨릭대 강사는 '대구미술관과 전문성의 문제'를 제기하며 대구미술관을 모던 아트가 아니라 컨템포러리 아트를 전문으로 전시하는 미술관으로 특성화할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김옥렬 아트스페이스 펄 대표는 "미술관에서 가장 중요한 소장품 없이 출발한 것이 큰 문제"라고 지적하면서 관장 개인의 역량에 의해 크게 좌우되는 현재의 시스템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한편 '한국적 모더니즘'에 대한 연구가 부족하다는 점을 들어 대구미술관에서도 학술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허정선 포항문화예술회관 기획자는 "대구시 행정영역에 문화 행정이 없는 것 같다"면서 "대구를 대표하는 상징에 대한 끊임없는 탐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미술관의 정체성과 방향성이 명칭에 반영되어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장록희 온아트 대표는 "대구미술에 관한 연구를 하려고 해도 자료를 구하기가 너무 힘들다"면서 "아카이브 기능을 강화해, 대구와 관련된 모든 자료를 모아줬으면 좋겠다"고 요구했다.

민주식 영남대 교수는 현재 공석인 대구미술관장직을 두고도 쓴소리를 했다. "관장 임기가 만료되기 전에 재계약을 하든 신임관장 공고를 내든 해야 하는데, 관장 임기 만료 며칠 전까지 대구시가 아무런 입장을 표명하지 않는 것이 과연 이 시대에 맞는 행정인가"라고 질타했다. 체계적이고 합리적인 문화행정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화가 천광호는 행정 수장의 관심과 의지에 따라 문화정책이 휘둘리는 현실을 지적하며 "큰 틀에서 문화정책 방향의 설정이 필요한 시점이며, 근본적으로 대구에 대한 깊이 있는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대구문화예술회관과 창작발전소, 대구미술관 등의 명확한 역할 분담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발제자 하윤주 연구원은 "대구미술관은 달라진 문화지형을 반영해 공시적, 통시적으로 전시 방향을 고민해야 할 것"이라면서 "대구미술관의 문턱을 낮추는 방안을 연구해야 하고 좀 더 많은 홍보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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