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새 학기부터 대구 초'중'고교 전 학교에 주5일 수업제가 전면 시행됨에 따라 학교 현장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 대구시교육청은 제도 시행을 앞두고 지난해 하반기부터 23개 초등학교와 11개 중학교 등 34개교를 '주5일 수업제 시범운영학교'로 지정'운영해왔다. 이들 학교를 통해 학교현장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알아보자.
◆학교 현장, 변화의 바람 분다
시교육청이 지난해 8월 지역 초'중'고교 학생과 교사, 학부모 1만6천129명을 대상으로 한 주5일 수업제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 가장 큰 문제점으로 평일 수업시수 확대에 따른 학습 부담(초교 37.9%, 중학교 36.4%, 고교 30.1%)을 꼽았다.
교사들 사이에서도 일부 비판적인 의견이 있다. 한 초교 교사는 "수업 일수는 205일 이상에서 195일 내외로 주는데 수업 시수를 그대로 유지하려면 방학을 줄일 수밖에 없고 교사들의 업무 부담도 늘 것"이라며 "이럴 바에야 차라리 토요일에 정규 수업을 진행하는 게 낫겠다"고 했다.
하지만 실제 주5일 수업제를 시범운영한 학교현장에서는 제도 도입에 찬성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실제 이들 학교에서는 "주5일 수업제를 시행한 뒤부터 학교 분위기가 달라졌다", "학생들이 교과 학습뿐 아니라 문화, 예술, 스포츠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게 돼 학교에 오는 것을 즐거워 한다"는 등의 긍정적인 평가가 많다.
대구북중학교 경우 매주 토요일 고정적으로 운영하는 토요휴업일 프로그램 외에 '드림하이(Dream High)! 교실 밖 체험학습'이란 이름으로 6주 동안 6개의 체험활동을 진행했다. 국어과 교사가 희망 학생을 모집해 경주 황성공원 시비 둘러보기와 동리목월문학관 관람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등 각 교과 담당교사가 번갈아 현장체험학습을 이끌어 학생'학부모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았다. 이상욱 교장은 "교실 밖 체험 학습으로 교사와 학생 간 친밀감이 높아졌을 뿐 아니라 학생들이 관련 교과에 대해 더욱 관심을 갖게 됐다"며 "토요일 농구, 축구 등 스포츠 활동으로 스트레스를 푼 덕분인지 학생들의 표정도 한결 밝아지고 학교에도 활기가 돈다"고 했다.
◆우리 학교, 이렇게 바뀌었어요
"토요일 학교가 아이들의 웃음소리로 가득하니 교사들도 만족스러워 해요."
효명초교도 주5일 수업제를 운영해보기 전에는 걱정이 더 많았다. '토요일 학교에 가지 않으면 아이가 컴퓨터 게임에 빠져들지 않을까', '다른 학교는 공부하는데 토요일에 놀게 하면 학업에 지장을 주지 않을까' 걱정하는 학부모들이 많았다. 하지만 전체 학부모 80% 이상이 시범운영에 동의, 지난 2학기 동안 주5일 수업제를 시행했다.
막상 토요일 활용 프로그램을 운영하자 학생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저학년과 고학년 2개 반으로 꾸린'팝송과 영화로 배우는 신나는 영어교실'은 50명 정원에 60명 이상이 지원, 공개추첨까지 했다. 수업이 재미있다는 얘기가 나오자 학부모들이 겨울방학에도 연장 운영을 요청해 2월말까지 문을 열었다. 디베이트(토론) 클럽도 마찬가지다. 효명초교 연구부장인 이수영 교사는 "평소 수업 시간에 진행하기 어려웠던 심화학습이나 체험학습을 할 수 있게 된 것도 이 제도의 장점"이라고 했다.
효명초교는 매월 두 차례씩 참가 신청을 받아 천연염색, 대덕산 가족 등반 대회 등 가족이 함께할 수 있는 토요 문화체험교실을 운영했다. 강명숙 교장은 "아이들이 앞산에 갈 경우 숲 해설사를 붙여주는 등 지자체와 관련 단체가 적극적으로 도움을 주면 좋겠다"고 했다.
경일중은 겨울방학을 당초보다 3일 줄였다. 연간 계획된 수업 일수는 205일이었지만 주5일 수업제를 실시하면서 199일로 줄자 모자란 수업 시수를 확보해야 했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당초 주 1회 해 오던 7교시 수업도 주 2회로 늘렸다.
대신 매주 토요일에는 축구, 농구, 기타 등 8개 프로그램을 꾸준히 운영해 학생들의 호응을 받았다. 요리 프로그램 경우 학생들이 파스타를 만들어보고 싶다는 말을 들은 교사가 제안, 강좌를 개설했다. 특히 축구는 학생들의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토요 스포츠데이'를 만들고 학급 대항 리그전을 열자 학생들 스스로 감독을 뽑고 선수 명단을 만드는 등 적극적으로 움직였다. 함께 땀을 흘리고 연습하는 동안 학생들 사이도 더욱 가까워졌다.
농구반은 참가 인원이 최소 10명 이상이어야 한다는 조건을 맞추기 위해 학생들끼리 참가자를 모집해 학교에 등록을 신청했다.
경일중 교무부장 유지홍 교사는 토요일에 기타를 둘러메고 학교에 오는 학생들을 볼 때마다 흐뭇한 마음이 든다고 했다. 유 교사는 "서구생활체육협의회 추천을 받은 강사에게 축구 지도를 맡기는 등 외부 강사를 많이 이용해 교사의 업무 부담은 그리 크지 않았다"며 "특히 형편이 넉넉지 않은 가정이 많다 보니 아이들 의욕도 떨어져 고민이었는데 흥미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다 보니 아이들이 적극적으로 변하고 있다"고 했다.
지역 사회단체의 힘도 빌렸다. 학교 인근의 제일종합사회복지관과 협약을 맺고 복지관이 운영하는 빵 공장에서 학생들이 제빵 체험을 할 수 있도록 했다. 복지관과 인연을 맺은 덕분에 봉사활동을 할 자리도 찾기 쉬워졌다. 권오봉 교장은 "토요 돌봄교실도 운영하고 싶지만 초등학교 위주로 예산이 지원돼 쉽지 않다"며 "올 한 해 토요일 프로그램에 대한 지원이 얼마나 충분히 이뤄지느냐가 주5일 수업제 정착의 열쇠가 될 것"이라고 했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이준석, 전장연 성당 시위에 "사회적 약자 프레임 악용한 집단 이기주의"
[전문] 한덕수, 대선 출마 "임기 3년으로 단축…개헌 완료 후 퇴임"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
민주당 "李 유죄 판단 대법관 10명 탄핵하자"…국힘 "이성 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