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우와 플라멩코로 대표되는 정열의 나라. 16세기 무적함대를 앞세워 남아메리카 대륙에서 필리핀에 이르는 대식민지를 거느리고 막강한 부와 힘을 과시한 나라가 스페인이다. 1469년 카스틸랴의 이사벨라 공주와 아라곤의 페르디난도 왕자의 결혼으로 양국이 통합된 후 스페인 전 지역이 통일되면서 제국의 틀을 갖추고 전성기를 맞이했다. 스페인은 지리적 위치로 인해 통일이 되기 전까지는 로마인, 게르만족, 이슬람인 등 다양한 민족의 지배를 받아왔다. 이 때문에 지배세력에 따라 형성된 문화의 다양성은 유럽 내의 여러 나라들과는 차별화된 스페인만의 독특한 분위기와 매력을 만들었다. 특히 남부의 안달루시아주는 약 800년 동안 이슬람인의 지배를 받았는데 그라나다와 코르도바는 찬란한 이슬람 문화가 남아있는 곳이다.
◆투우
스페인의 수도 마드리드에는 왕궁, 마요르 광장, 프라도박물관, 푸에르타 델 솔(태양의 문) 등 볼거리가 많지만 마드리드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투우 관람이다. 투우의 기원은 목축과 농업의 풍요를 기원하기 위해 소를 신에게 바치는 의식에서 비롯됐으며, 중세 궁정 귀족들의 놀이에서 18세기 초 부르봉 왕정시대에 일반 군중들의 구경거리가 됐다. 투우는 '아레나'(arena)라고 하는 투기장에서 개최되는데 경기 중 투우사가 목숨을 잃은 적도 있다고 한다.
투우는 경기장이 빛과 그늘이 반으로 나누어지는 저녁 무렵에 시작된다. 처음 시작할 때 소에 작살을 꽂고 창으로 찌르는 모습을 보고 몹시 잔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주역에 해당하는 투우사(마타도르)와 흥분한 소의 일대일 대결에서 사람들이 점점 열광적으로 소리를 질러 분위기가 고조되면서 나도 모르게 동화되어 앞서 가졌던 잔인하다는 생각은 까맣게 잊었다. 몇 번의 경기가 끝나면 그날의 최고 투우사에게 소의 귀를 주며, 이들이 경기장을 돌 때 사람들은 손수건을 흔들며 환호한다. 투우사는 스페인에서 인기직업 중 하나이며 투우장의 흥분감과 박진감은 실로 대단하다.
◆그라나다
그라나다는 최고의 기타 연주곡 '알함브라궁전의 추억'의 무대가 된 곳이다. 이슬람 문명의 흔적이 가장 많이 남아있는 도시로 그라나다 왕국의 수도였으며 이슬람인들의 최후의 거점지였다. 알함브라궁전은 이슬람 건축물이 어느 정도 섬세한지를 보여 주는 최고의 건축물로 특히 아라베스크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두 자매의 방과 직사각형의 사자의 정원은 가장 아름다운 부분이다. 궁전 옆에는 여름 별장인 헤네랄리페가 있는데 정원의 아름다움에 기가 막힐 뿐이다.
알함브라궁전을 마주 보는 언덕 중턱에 점점이 보이는 구멍들이 있는데 그곳은 동굴집을 고수하며 살고 있는 집시의 마을이다. 언덕길을 올라가자 보이기 시작하는 동굴집들은 약간 음습하다는 생각을 했는데 동굴 안을 들여다보니 일반 집들과 다름이 없이 예쁘게 꾸며놓았다. 이곳에는 16세기 초부터 사람들이 살기 시작했다는데 저녁이 되면 이들 마을은 관광객을 상대로 플라멩고 댄스를 추는 축제장이 된다.
그라나다 시내의 한 오래된 극장에서 플라멩코 공연을 보았는데 단적으로 표현하자면 너무 애잔하다. 플라멩고는 집시들의 춤으로 기타 반주와 캐스터네츠의 조화, 남자 가수의 중얼거리는 듯 하는 노래소리, 여자 무희의 춤으로 1시간 이상 공연된다. 이 공연은 집시의 유랑, 자유분방함, 삶의 고뇌와 연민 등 이들의 갖가지 애환을 표현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코르도바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천년 고도 코르도바. 로마시대의 철학자 세네카를 비롯하여 아베로에스, 마이모니데스가 출생한 곳이다. 현재는 과거의 화려했던 영화에서 멀어진 작은 도시. 하지만 중세 이슬람 문화의 중심지였던 곳으로 이곳의 역사지구는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도시 곳곳에 다양한 민족의 지배로 인한 각 민족의 유적과 유물이 남아있다. 그중 메스키타(이슬람 사원)는 스페인에서 가장 주목받는 관광명소로서 약 2만4천㎡의 엄청난 규모에 놀라게 된다. 사원의 건축은 8세기경 시작되어 약 200년에 걸쳐 완성됐다. 내부의 대리석, 화강암, 벽옥 등으로 만들어진 856개의 원주와 원주 사이의 붉은색과 흰색의 아치와 내부의 화려하면서 섬세한 문양의 조화는 천년세월의 흐름에도 여전히 장엄함과 정교함을 보여준다.
코르도바는 1236년 페르디난도 3세에 의해 정복되면서 사원은 기독교의 교회로 사용되었다. 사원 내에는 교회 및 가톨릭성당이 있으며 역사는 승자의 것임을 새삼 알게 되는 곳이다. 또한 메스키타는 그리스 로마 양식, 이집트 양식, 비잔틴 양식 등 여러 가지 건축 양식이 혼합된 건축물의 보고다. 코르도바의 왕궁은 페르디난도왕과 이사벨라 여왕이 8년간 거주했던 곳이다. 또 제노바 출신의 콜럼부스가 인도로 가는 서쪽 항로 개척에 필요한 후원을 받기 위해 이들 부부를 알현한 곳이다. 이 밖에도 미로 같은 유태인 골목길, 로마교,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에 등장하는 포트르광장 등도 걸어서 갈 수 있다.
이베리아 반도에 위치한 스페인은 유럽 내의 어떤 나라보다 볼거리, 먹거리가 많고 다양한 문화를 접할 수 있는 곳으로 아직도 시에스타(낮잠)의 여유를 느낄 수 있는 나라이다. 스페인 여행 계획이 있다면 느긋하게 지역마다 다른 문화를 충분히 접하고 즐길 수 있도록 여정을 계획하는 것을 권유한다.
글'사진 백정숙 구미1대학 호텔관광과 교수
(AVA 승무원양성교육센터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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