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3학년 여학생이 두 달 전 또래 여학생과 남학생 7명으로부터 여관 등지에 4일 동안 감금돼 갖가지 고문과 폭행당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사건을 담당한 대구 서부경찰서는 지난해 12월 15일 폭력 등의 혐의로 가해 청소년 5명을 구속하고 1명을 보호관찰소로 인계했으며 달아난 1명에 대해서는 기소중지했다.
16일 피해 여학생 어머니 A(45) 씨가 언론에 폭로한 내용은 충격적이다. A씨에 따르면 지역의 모 중학교 3학년인 딸(15)은 지난해 12월 9일 대구 서구 평리동으로 친구 3명을 만나러 갔다. 평범한 학생이었던 딸은 평소에도 주말을 이용해 친구들과 어울려 놀기를 좋아했다는 것. 하지만 A씨의 딸은 친구들과 평리동의 한 모텔에서 하룻밤을 논 뒤 친구의 여자 선배 2명과 남자친구 2명이 모텔로 찾아오면서 악몽 같은 3일이 시작됐다. 여자 선배와 딸이 사소한 언쟁을 벌였고 이를 빌미로 여자 선배들이 딸을 구둣주걱과 옷걸이로 다리와 몸 등을 마구 때렸다는 것이다.
A씨는 "사소한 이유로 딸의 옷을 벗긴 뒤 담뱃불로 팔을 지졌고, 라이터로 숟가락을 데워 팔과 가슴까지 지지며 고문을 했다. 또 술에 담뱃가루와 헤어스프레이까지 섞어 강제로 마시게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딸이 토하면 또다시 마실 것을 강요했고 강제로 머리카락도 잘랐다"고 폭로했다. 딸의 친구들도 선배의 위력을 이기지 못해 폭행에 가담했다는 것.
A씨는 딸이 모텔에서 나온 뒤에도 길거리에서 폭행이 이어졌다고 주장했다. 폭행 흔적을 감추려고 목도리로 딸을 감싸 안은 채 길거리로 끌고 다녔고, 노래방에 데리고 가 폭행을 계속했다는 것. 길가던 시민들이 신고해 경찰이 출동했지만 가해학생들을 검거하지 못했다.
4일째 폭행이 이어지던 13일 오전 8시쯤, A씨의 딸은 다른 학생들이 잠든 틈을 이용해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채 필사적으로 탈출을 시도했다. 모텔에서 도망친 딸은 한 식당 앞에 세워진 승용차 안으로 뛰어들었고, 승용차를 타고 있던 할머니가 옷을 건네준 뒤 경찰에 신고했다.
병원 응급실에서 딸의 몰골을 본 A씨는 충격으로 그 자리에서 쓰러졌다고 했다. A씨는 "온몸에 멍이 들었고 머리가 잘려나가 딸인지 알아보지도 못했다"며 가슴을 쳤다. 3도 화상을 입은 팔은 허벅지 살을 떼어내 이식수술을 했고 정신과 치료도 받았다. A씨는 "아직도 딸이 악몽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자신들을 폭행했던 아이들이 다시 자기를 찾아와 폭행하는 악몽을 꾸고 있다"고 울먹였다. 그러면서 "가해학생 부모들이 그동안 전화도 한 통 없었고, 경찰들도 가해학생의 인적 사항을 잘 가르쳐 주지도 않았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번 사건이 뒤늦게 밝혀진데 대해 경찰 관계자는"학교폭력이 사회문제화되기 전에는 학생폭력 사건은 보통 공개하지 않는 것이 관례였다"고 해명했다.
이창환기자 lc15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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