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봄나물] 향긋 쌉싸름~ 입안에 봄~봄~ 봄이 왔어요!

"산채는 일렀으니 들나물 캐어 먹세. 고들빼기 씀바귀며 소루쟁이 물 쑥이라. 달래 김치, 냉잇국은 비위(脾胃)에 깨치나니…." 농가월령가 중 봄나물에 관한 내용이다. 봄을 알리는 입춘도 지났지만, 아직 먼 산엔 희끗희끗 눈이 쌓여 있다. 하지만 봄나물이 든 비닐하우스 속에는 벌써 봄의 향기를 풍기는 녹색향연이 시작됐다. 겨우내 곱게 자란 봄나물이 출하를 기다리고 있다.

향긋한 봄나물이 곧 봄소식을 알린다. 2월에 나오는 곤달비를 시작으로 달래'냉이'씀바귀'참비름 등 봄의 전령사들의 행렬이 시작된다. 요즘에는 비닐하우스 농사 덕분에 사시사철 다양한 나물들을 맛볼 수 있다. 봄나물은 향긋한 풍미와 맛, 그리고 씹히는 질감이 다르다.

◆경주 산내면 일부리 '곤달비' 나물 작목반

때 이른 봄기운을 타고 청정 웰빙 채소가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경주시 산내면 일부리에는 요즘 무공해 웰빙 채소인 곤달비가 출하 채비를 하고 있다.

"몸이 나른해지는 봄철 입맛을 돋우는 데는 곤달비가 제격입니다."

일부리 곤달비 작목반 남일호(67) 반장은 일주일 후 세상에 나갈 곤달비의 마지막 손질에 여념이 없다. 남 반장의 비닐하우스 속에는 겨우내 자란 곤달비 나물이 앙증맞은 모습으로 쑥쑥 자라고 있다. 새싹이 돋아 3개월 지나 어른 손바닥 크기만큼 자라는 이달 말부터 출하될 예정이다. 모두 농협을 통한 계통출하로 서울 가락동시장으로 간다. 대구경북에서는 경주 산내산 곤달비 나물을 구경하기가 쉽지 않은 이유다.

국화과의 곤달비는 깊은 산그늘의 습기가 많은 곳에서 자라는 귀한 식물이다. 자연적인 조건으로 보면, 해발이 높은 경주 산내면 일부리가 최고의 생산지다. 곰 발바닥을 닮은 모습이라 곤달비란 이름이 지어졌다. 곰취 나물과 비슷하게 생겨 헛갈리기도 하지만 곤달비는 곰취보다 잎이 작고 얇으며 쓴맛이 없고 부드러운 것이 특징이다. 경주 산내 곤달비는 맛과 향이 우수하여 서울 등지에서 인기가 높다. 약초 성분의 독특한 향이 있어 육류는 물론 모든 음식과도 쉽게 어울리는 채소기 때문이다. 남 반장은 "이제부터 시작이지만, 가장 많이 나는 4, 5월이면 입맛을 돋우고자 하는 관광객들이 찾아와 하천가에서 삼겹살을 구워 곤달비 나물을 즐긴다"고 자랑한다.

산내면 곤달비 작목반은 지난 1995년 12개 농가부터 시작했다. 요즘은 6㏊에 56개 농가로 늘어났다. 고소득 작목으로 정착돼 농한기 주민 소득증대에 크게 이바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는 작목반에서 60t을 생산, 3억5천여만원의 농가소득을 올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곤달비는 피부미용에 좋을 뿐 아니라 노화 억제와 성인병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도시 소비자들로부터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경주시는 곤달비를 경주지역 특산물로 육성해 농가 고소득 품목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품질을 고급화해 나갈 계획이다.

경상북도는 믿고 먹을 수 있는 건강한 채소류의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포항의 부추, 청도 한재 미나리, 울릉도 고비 등 지역 내 토종채소들을 명품으로 육성하기 위해 생산기반 확충에 나서고 있다. 경북에는 지역별 특화단지가 조성되는 등 토종나물(민속 채소) 재배면적이 꾸준히 늘고 있다. 토종나물은 고사리, 미나리, 어수리나물, 취나물류, 참나물, 돌나물, 달래, 머위, 쑥, 민들레, 고들빼기, 더덕, 씀바귀, 토란, 참가죽, 두릅, 엄나무, 초피, 땅두릅, 우엉, 연근, 들깻잎, 산마늘 등 지역별로 다양하다. 경북도는 2015년까지 177억원을 들여 지리적 표시 및 품질인증을 추진하는 등 민속 채소의 품질을 높여 새로운 농가소득 작목으로 육성한다는 방침이다.

◆도내 토종나물 생산지

▷고사리(영덕 지품면, 칠곡 동명면)=고사리가 농가의 새로운 소득작목으로 등장했다. 영덕군은 2009년부터 고사리 지역 적응시험을 거쳐 202개 농가(65㏊)가 고사리를 재배하고 있다. 지난해 30t의 고사리를 생산해 20억원의 농가 소득을 올렸다. 칠곡군도 팔공산 자락인 동명면 남원리 등 23개 시범농가에 고사리작목반을 구성하고 있다. 수입 고사리가 시장 점유율 90%를 차지하고 있는 현실에 국산고사리 재배는 큰 인기 끌면서 새로운 소득원으로 자리잡고 있다.

▷청정 미나리(경산 육동, 경주 외동'모화리)=청도 한재 미나리는 전국 최고 품질의 청정 미나리다. 이와 함께 해발 280m의 고지대에서 재배하고 있는 경산 육동 미나리와 가창 정대 미나리 등이 명품대열에 동참하고 있다. 2005년 처음 시작한 경산 육동 미나리는 지하 150m의 암반수로 키운 청정 미나리로 무농약 친환경 웰빙재배 인증을 받았다. 현재 19개 농가가 작목반을 구성해 5㏊에서 1천700㎏을 생산해 고소득 작목으로 정착했다. 경주시 외동읍 녹동리와 모화리도 기능성 청정미나리 재배단지다.

▷어수리나물(영양군 일월면)=영양 일월면 칠성리 해발 700m의 고산지대에서 재배하는 어수리나물은 미나릿과에 속하는 봄나물이다. 눈 속에서 싹을 틔운 후 2월 말부터 4월 말까지 어린 순을 채취한다. 어수리는 잎, 어린순, 열매, 뿌리 등 모두 먹을 수 있다. 최근 영양에서 비닐하우스 재배에 성공해 인기를 끌고 있다.

▷부추(포항 연일읍, 고령 쌍림면)=포항시 연일읍 형산강 일대가 전국 최고 품질을 자랑하는 부추 생산지로 정착해 고소득을 올리고 있다. 딸기 주 생산지인 고령지역의 쌍림면 귀원'안림리 10여 농가(7㏊)에서도 최근 부추를 재배해 우수한 품질을 인정받고 있다. 쌍림 부추작목반(반장 이맹수)은 쌍림농협에서 공동 선별하여 서울 가락동시장으로 전량 납품하고 있다.

▷시금치(포항 흥해읍)=포항시 북구 흥해읍 곡강리는 '포항초'로 알려진 시금치 생산단지다. 영일 신항만과 10여 리에 달하는 백사장을 낀 칠포해수욕장 해변에서 50여 농가가 겨울 동안 포항초를 생산해 10억여원의 소득을 올리고 있다.

▷참비름나물(칠곡군 지천면)=참비름 나물이 웰빙 채소로 주목받고 있다. 칠곡군 지천면 연호리 30여 농가(5㏊)가 시설 하우스에서 참비름을 재배하고 있다. 3, 4월부터 대구 팔달시장에 주로 출하한다. 대구지역에 소비하는 참비름의 90% 정도를 이곳에서 생산'공급한다.

◆봄나물 효능

봄나물 향기가 풍기기 시작한다. '봄의 보약'으로 불리는 봄나물은 클로로필인 엽록소, 베타카로틴, 비타민C 등 대표적인 항산화 성분이 많아 각종 암이나 노화의 주범으로 알려진 활성산소를 없애준다고 한다. 대표적인 봄나물의 효능을 알아봤다.

▷봄동=변비 예방, 갈증 해소에 좋다. 달고 씹히는 맛이 좋아 생 무침은 물론 익혀 먹어도 된다. 식이섬유가 많아 변비 예방에 효과적이다. 잎이 부드러운 것이 좋다.

▷냉이=숙취 해소와 해열 작용을 한다. 냉이는 오장육부를 조화롭게 해주는 봄나물의 대명사. 특히 간을 튼튼하게 해줘 숙취 해소에 도움이 된다.

▷달래=어혈을 풀어주는 달래는 생리통, 생리불순, 냉증에 효과적이다. 밑 부분에 달린 하얗고 동그란 뿌리 부분이 너무 크지 않은 것을 선택한다. 너무 크면 매운맛이 강하다.

▷쑥=쑥은 단백질 함량이 높다. 각종 비타민과 무기질도 풍부해 몸의 신진대사를 돕는다. 특히 쑥은 해독 효과가 있다. 수족 냉증, 대하증에도 좋다.

▷돌나물=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 고혈압, 당뇨병 같은 성인병을 예방한다. 비타민C가 풍부해 신진대사를 도와 환절기 잔병을 이기는 데 효과적이다.

▷씀바귀=쓴 약만큼이나 몸에 이롭다. 위장을 튼튼하게 해 소화 기능을 원활하게 한다. 잠을 몰아내 춘곤증에도 효과적이다.

이홍섭기자 hslee@msnet.co.kr

사진'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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