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박근혜의 과오

5년전인 2007년 8월 20일로 시계바퀴를 돌려보자. 한나라당 전당대회에서 박근혜 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은 한편의 그림같은,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줬다. 당원 투표에 이기고도 여론조사에서 패배해 억울하게 대선 후보를 놓쳤지만, 담담한 목소리로 승복 연설을 하는 장면은 감동 자체였다. 3김(金)은 물론이고 구질구질한 남성 정치인들만 봐온 국민들에게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그만큼 박 위원장은 멋지고, 대단한 정치인임에 틀림없다.

정반대의 사례를 보자. 지난 2000년 대구를 방문한 김대중 대통령은 박정희 기념관 건립을 약속했다. 건립 장소로 구미와 서울을 놓고 의견이 분분했지만 서울 상암동으로 결정됐다.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부총재가 "많은 사람들이 찾을 수 있도록 서울에 지어달라"고 요청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당시 박 위원장은 구미를 비롯해 경북 정치인, 유력인사들의 구미 건립 요청을 단호하게 뿌리쳤다. 결국 기념관은 12년간 표류하다가 당초보다 규모가 축소돼 지난해말 도서관 형태로 완공됐다. 아버지 업적을 살리겠다는 딸의 심정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선진국 사례를 보면 전직 대통령 기념관은 고향에 만드는 것이 옳다.

2년전 6'27 지방선거 때 박 위원장은 충격적인 패배를 맛봤다. 한나라당 후보 지원을 포기하고 보름 가까이 지역구에 머물렀지만 자신이 직접 지원한 군수, 시의원, 군의원 대부분이 낙선했다. 아무리 박 위원장이 내세운 후보였다고 하더라도 민의에 반하는 후보는 주민들로부터 냉엄한 심판을 받았다. 달성에서 보여준 그의 '용인술'은 한마디로 수준 이하였다. 그곳에서 내리 4선을 했다지만 지역 사정을 몰라도 너무 몰랐고, 심지어 지역 민심이나 지역분권에 대한 개념이 아예 없는 듯 보였다.

며칠 전 새누리당은 '남부권 신공항'을 총선 공약에서 제외했다. 박근혜 위원장의 동의를 얻었다고 했다. 과연 박 위원장은 지역 민심을 제대로 알고나 있을까. 시도민들이 신공항 유치운동에 매달릴 때에도 그는 소극적인 자세만 견지했다. 대구경북 사람들이 아무리 그를 밀어줘봤자 그다지 얻을게 많지 않을 것이란 푸념도 없잖다. 아무리 큰 정치인이라 하더라도 지역의 이익에 반하면 언제든 외면당하고 만다, 새누리당은 '대구경북에서 박근혜를 지켜주세요'라고 외치지만, 지역민들은 대구경북을 먼저 지켜 달라고 요구한다.

박병선/동부지역본부장 lal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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