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과속주행만 하고 살아가면… 인생의 경치, 모두 놓친다

당신, 잠시 멈춰도 괜찮아/낸스 길마틴 지음/김학영 옮김/비즈니스북스 펴

"열심히 한다고 하는데 왜 내 일은 끝이 보이지 않는 걸까?" "월요일 아침마다 찾아오는 우울증은 어떻게 해야 떨쳐버릴 수 있을까?" "갈수록 사람 만나는 자체가 두려워지는 건 어떻게 해야 하나?"

하루를 시작하는 순간부터 우리는 일과 삶 사이에서 곡예를 한다. 매 순간이 선택의 연속이고, 문제를 파악하기도 전에 많은 결정을 내려야 한다. 사람들은 진지하게 고민할 여유조차 없을 만큼 바쁘게 쫓기면서도 언제나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일의 결과는 항상 후회로 끝난다.

저자가 말하는 멈춤과 그 멈춤의 시간 속에서 만들어내는 효과적인 인생 운전법은 스트레스에 휩싸인 채 가속페달을 밟고 무작정 달리기만 할 때는 미처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던 변화의 기회들을 찾게 해준다. 만약 지금 눈앞의 일들에 치여 어떻게 가고 있는지, 어떻게 가야 하는지 방향을 잃고 헤매고 있다면 우선 잠시 멈춰 서자.

'멈춤'은 쉽게 말해 누군가의 말이나 행동 또는 글에 즉각적 반응을 하지 않는 것을 말한다. 멈춤의 시간은 30초, 1분, 한 시간, 아니면 하루, 한 달이 될 수도 있다. 때로는 한 번의 심호흡도 멈춤으로 볼 수 있다. 행동과 반응 사이의 틈이 곧 멈춤이다. 그러고 보면 멈춤이란 보고 들은 것이나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에 의지해 섣부른 결정을 내리기보다 또 다른 선택의 기회를 주는 안전장치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흔히 '분노의 계좌'에 무의식적으로 예금을 한다. 이 예금에는 이자가 붙어 언제라도 누군가에게 과잉반응을 할 만큼 불어난다. 처음에는 상대방이 어떤 말이나 행동으로 화를 돋우어도 별다른 반응을 하지 않는다. 그런 위험이나 수고를 감수할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대신 그것을 '분노의 계좌'에 넣어두고 이자를 불려간다. 그러다 더 이상 상대방을 이해하려는 노력조차 하고 싶지 않는 순간이 오면, 온갖 수를 동원해 상대방을 난처하게 만들거나 피해 버린다.

진지하게 행동하지 못해 뒤늦은 후회를 한 적이 있다면, 더욱 멈춤이 필요하다. 감정에 휘말려 상대의 약점을 공격하거나 의도적으로 오해하는 것, 거짓말을 하거나 공공연하게 상대를 비난하는 것이 어떤 결과를 불러올지 멈춰서 생각해야 한다.

겸손은 또 다른 방식으로 효과적인 선택의 기회를 제공한다. 이해받기 위해 책임을 다하는 것도 겸손의 한 방법이다. 이러한 행동은 시간을 절약하고 관계를 구축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자신이 이해받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잠시 멈추고 상대에게 바꿔 말하기를 요청하는 것도 일종의 소통 능력이다.

이 책에서 다루는 내용은 효율성만 따지는 시간관리법도 아니고 모든 것을 내려놓는 방법도 아니다. 멈춤의 효과는 단지 '휴식'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삶을 원활하게 하고 효과적인 방향으로 전환시키는 역할을 한다. 효율성의 공식은 보다 나은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종의 GPS 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은 '멈춤'(마음의 자세), '진지함'(감성적 태도), '겸손함'(안다고 생각하는 바를 넘어서 더욱 현명하게 반응하는 태도)이라는 세 개의 좌표로 구성되어 있다.

이제 잠시 멈춰 서서 "내 문제가 무엇인지 나는 제대로 알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겸허히 던진 뒤, 하나씩 문제를 되짚어보자. 이렇게 생각을 되짚어보는 것만으로도 깨달음에 변화가 일어나 이전에 몰랐던 새로운 관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280쪽, 1만4천원.

석민기자 sukmi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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