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제칼럼]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자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전세계적으로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자본주의가 위기에 처했다는 인식이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경제적 이익만을 추구하고 이윤을 많이 남기는 기업에 대한 대중의 시선이 날카로워지면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역할에 대한 논의가 새롭게 중요한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기업은 기본적으로 이윤 창출, 일자리 제공, 납세 등 본연의 역할을 통해 자신의 책임을 다한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하지만 기업이 추구하는 이윤 추구는 사회와 분리된 독립된 활동이 아니라 사회에 존속 기반을 두고 사회 속에서 관계를 맺으며 이뤄진다는 점에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중요하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정의는 다양하나 크게 사회공헌 책임, 법률 및 규범준수 책임, 경제적 책임으로 정의가 귀결되고 있으며, OECD는 사회적 책임을 '기업과 사회와의 공생관계를 성숙시키고 발전시키기 위해 기업이 취하는 행동'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220개 기업이 2010년 한 해 동안 사회공헌활동 지출 규모는 총 2조8천735억원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전년 대비 8.4% 증가한 것이지만 전체 매출액 대비 0.24%, 경상이익 대비 3.2%에 그친다.

이 중 사회공헌활동을 기업이 직접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기부 형태로 사회공헌활동에 참여하는 기업이 60.8%를 차지하고 있다. 기부 형태의 지출이 증가 추세를 보이는 건 경제위기로 더 어려워진 저소득층, 취약계층 지원 수요가 늘기 때문이다. 사회공헌활동 지출 규모가 증가하면서 사내 제도의 정비에도 많은 관심을 나타내고 있으며 전사 차원의 봉사조직 결성, 사회봉사 활동자 등록제도, 봉사활동 휴가제도 등을 도입하고 있다.

기업들은 사회공헌활동 추진에 타 기업과 차별화되는 프로그램 개발과 운영을 원하지만 담당 인력의 부족과 전문성 부족, 업무에 대한 정보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회적 인정 부족, 반기업정서 등 외부의 왜곡된 시선은 사회공헌활동 확대의 저해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최근 들어 자본주의 위기를 극복하고 새로운 자본주의가 나아가야 할 방향으로 자본주의 4.0시대에 관한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 자본주의 4.0은 정부와 기업이 자본주의 3.0시대의 심각한 부작용인 빈부격차, 비정규직 증가 등의 문제를 방치하지 않고 다 같이 행복한 성장을 추구하는 것이다. 정부의 개입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기업의 사회공헌, 즉 사회적 책임이 더욱 중요하게 인식되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기업들도 사회공헌활동을 부수적 문제로 생각하는 소극적 의미의 사회적 책임에서 이제는 사회 환경을 개선하며 동시에 회사의 경쟁력을 높이는 길을 찾는 적극적 사회적 책임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할 것을 요구받고 있다. 이러한 인식 하에 경제적 가치창출과 사회문제 해결을 연계해야 한다는 '공유가치창출'(CSV'Creating Shared Value)이란 개념이 등장하고 있다.

자본주의 4.0시대에 기업들이 나눔과 배려를 통한 사회적인 책임을 다하여 존경받는 윤리 기업으로 '따뜻한 자본주의' 구현에 앞장서게 하기 위해서는 이해관계자 모두의 올바른 이해와 적극적 참여가 절실하다. 무엇보다도 경영자들이 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것이 필수적이라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며, 소비자와 투자자도 현명한 소비와 사회공헌투자를 통해 기업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해야 할 것이다. 정부도 사회복지 전문인력 양성, 사회적 기업 양성 등 인프라 확충을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정진용/경북지방우정청장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