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여곡절 끝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다음 달 15일부터 발효될 예정이지만 여전히 해결해야 할 부분이 남았다. 당장 시급한 것은 논란의 핵심이었던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 재협상이다.
정부는 21일 FTA 발효 시기를 발표하면서 ISD를 재협상하겠다고 밝혔다. 박태호 통상교섭본부장은 "ISD에 대한 재협상은 FTA 발효 후 서비스투자위원회를 만들어 하기로 했다"며 "이를 위해 태스크포스를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
한'미 FTA 서비스투자위원회는 양국 정부 대표로 구성되며 첫 번째 회의는 한'미 FTA 발효 후 90일 이내에 열린다. 이 위원회에서 ISD의 수정사항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면 한'미 공동위원회에 결과를 보고하고 수정된 내용대로 두 나라가 이행하면 된다.
정부는 서비스투자위원회 회의에 앞서 업계와 각계 전문가 의견을 폭넓게 구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전문가와 법무부 등 15인으로 구성된 태스크포스를 꾸릴 예정이다. 미국 측도 이미 ISD를 재논의할 수 있다는 의사를 밝혀 양국 간의 논의에 어려움은 없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문제는 ISD 재협상 논의의 수위다. 야당이 이번 총선에서 다수당이 될 경우 FTA 폐지도 불사하겠다고 공언하면서 이번 ISD 재협상의 결과에 따라 FTA 반대 목소리가 더욱 커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야당과 진보시민단체들은 공공정책의 침해와 분쟁 해결 절차의 편파판정, 사법주권 훼손 등을 이유로 ISD의 폐기를 요구해왔다.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이 이달 8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미국 상하원 의장에게 보낸 서한에 ISD 폐기를 비롯한 FTA의 전면 재검토를 요구한 것도 그래서다.
그러나 정부는 여전히 ISD 제도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우리나라의 미국에 대한 투자가 더 많기에 ISD가 우리 기업을 보호하기 위한 수단이란 게 정부 측 논리다. 또 ISD 조항을 삭제하려면 협정문을 수정해 다시 의회 비준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다만 단심제를 재심제로 바꾸거나 투명성을 강화하는 등 절차적인 문제를 따지는 것이라면 재협상할 수 있다고 밝혔다. 통상교섭본부 관계자는 "재협상에 들어가기 전에 개선의 여지, 절차 문제 등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을 받아 재협상 시 협의할 구체적인 의제를 만들 계획이다"고 말했다.
노경석기자 nks@msnet.co.kr
※ISD(Investor-State Dispute):투자자-국가소송제도. 한 나라의 정책 변경 등으로 손해를 본 외국 투자기업이 세계은행 산하 국제투자분쟁중재센터(ICSID)에 제소할 수 있도록 한 제도. 1960년대부터 외국기업 차별정책 등에 따른 해외 투자자의 피해를 막자는 취지에서 도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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