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고승덕 의원의 폭로로 불거진 한나라당 전당대회 300만 원 돈 봉투 살포 의혹 사건 수사가 어제 끝났다. 검찰은 박희태 국회의장과 김효재 전 청와대 정무수석 등을 불구속 기소하면서 사건 폭로 47일 만에 수사를 마무리했다. 현직 국회의장이 기소된 것은 헌정 사상 처음이다.
당초 돈 봉투 사건이 폭로되고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정치판을 뒤흔들 만한 일이 될 것이란 분석과 전망이 많았다. 아울러 돈 살포로 점철된 후진적 정치 관행이 달라지는 계기가 되리라 기대하는 사람도 많았다. 그러나 수사 결과는 너무 초라했다. 고 의원이 말한 300만 원 말고는 더 밝혀낸 것이 전혀 없다. 이런 결과는 정치권의 눈치를 봐야만 하는 우리 검찰의 입장을 생각하면 새삼스러울 것이 없다.
문제는 박 의장 자신이다. 박 의장은 검찰 출신이다. 검찰 입장을 누구보다 잘 아는 그가 사건 전모를 밝히지 않고 후배를 무능 검찰, 정치 검찰로 오해받게 한 것은 잘못이다. 박 의장은 돈 봉투 선거가 관행이라며 억울해할지 모른다. 하지만 엄연히 불법이었다. 또 자신은 돈 봉투 사건의 핵심 인물이었음에도 진작 사퇴 않고 검찰 수사를 받은 것도 온당치 않았다.
그는 지난해 서울시장 선거를 계기로 불어닥친 거센 정치 변화와 쇄신을 바라는 민심을 읽었을 것이다. 국민들은 이제 낡은 정치 관행을 바꿔 새로운 정치를 바라고 있다. 그렇지만 그는 진실을 밝히기 쉽지 않은 입장인 정치 검찰에 기대어 자신의 범죄를 가리려는 행태를 보였다. 이는 깨끗한 정치를 바라는 국민 기대에 반하는 것이다. 새누리당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잘못된 관행과 단절하고 자기반성의 기회로 삼아 새롭게 거듭나겠다"고 했다. 수사 결과를 지켜본 국민 누가 이 말을 믿을까. 역사와 정치 발전을 위한 그의 고백을 기대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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