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기따라 춤추는 청첩장…대구, 불황기 결혼 건수 '뚝'

'경기가 나빠지면 청첩장이 줄어든다?'

직장인 박재민(36) 씨는 다음 달 7년간 만난 여자친구와 결혼을 앞두고 있다.

2008년 이듬해 봄부터 결혼을 준비했지만 금융위기로 인해 연봉이 삭감되면서 올해까지 미루게 된 것이다. 박 씨는 "빚을 내면서까지 결혼을 서두르기는 너무 부담이 됐다″며 "3년간 돈을 모으면서 결혼을 준비해 올봄에 결혼식을 올릴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각종 경제 지표 못지않게 경기를 고스란히 반영하는 것이 혼인 건수다. 경기가 나빠지면 혼인 건수가 줄어들고 상황이 좋아지면 조심스레 결혼하는 커플이 늘어난다.

통계청의 1990년 이후 대구지역 인구동향 자료 분석 결과 1997년 IMF, 2003년 카드대란, 2008년 금융위기 등 경제 위기 상황에는 어김없이 혼인 건수가 줄었다.

1994년 1만8천814건, 1995년 2만485건, 1996년 2만1천537건으로 꾸준히 늘어나던 혼인 건수는 1997년 IMF 사태 이후 급격히 감소했다. 1997년 혼인 건수는 1만9천179건으로 전년대비 10.9%나 줄었고, 이후 2002년까지 매년 -5.4%, -1.6%, -9.7%, -8.0%, -7.4%씩 감소세가 이어졌다.

2003년 1만4천28건(2.1%)으로 잠시 상승한 혼인 건수는 카드 대란을 기점으로 다시 줄어들기 시작해 2004년 1만3천792건(-1.7%), 2005년 1만3천152건(-4.6%)을 기록했다.

2006년과 2007년에는 경기 상승과 함께 카드대란 사태 이전 수준을 회복했지만 2008년 금융위기를 맞아 또다시 1만3천743건으로 줄었고, 2009년에는 1990년대 이후 최저인 1만2천844건까지 떨어졌다.

추락하던 혼인 건수는 2010년 1만3천479건(4.9%)으로 올라선 뒤 2011년 1만3천800건으로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경기 불황에 따른 혼인 건수 감소는 우리나라 결혼 문화가 원인으로 분석된다. 집 장만과 혼수 마련에 결혼식 비용까지 맞물려 가급적 결혼을 미루려는 경향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반면 일본의 경우 불황일수록 오히려 결혼이 늘어난다. 일본에서는 부동산 거품이 꺼졌던 1980년대 후반과 IT 거품이 꺼진 2001년, 그리고 금융위기를 맞은 2008년에 결혼 건수가 급증했다.

성인의 경우 대개 독립생활을 하기 때문에 새로 집을 장만하는 경우가 많지 않고, 친한 지인과 친척이 참석해 치르는 소박한 결혼식 문화가 자리 잡고 있어 비용 부담이 적기 때문이다. 경기 불황에 결혼을 해 함께 살면 생활비를 더 절약할 수 있다는 인식이 퍼져 있다.

웨딩업계 관계자는 "모든 업종이 경기를 타기는 하지만 결혼은 특히나 불황이 바로 피부로 느껴지는 업종″이라며 "결혼이 줄면 자연스레 주택시장, 혼수시장 등도 함께 침체되기 때문에 주요 경기지표 못지않게 경제 상황을 그대로 반영한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김봄이기자 b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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