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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고교, 진학지도 틀을 바꿔라] <하> 수시 체제 전환 어떻게

서울 교육청 차원 적극 대응, 대구 일선학교들 뒷받침 미흡

지난 1월 매일신문사가 연 2013학년도 대입 설명회에 참가한 학부모들이 강사들의 입시 전형과 대비책 설명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매일신문 자료사진
지난 1월 매일신문사가 연 2013학년도 대입 설명회에 참가한 학부모들이 강사들의 입시 전형과 대비책 설명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매일신문 자료사진

수시 모집 확대를 중심으로 대입 제도는 빠르게 변하고 있으나 학부모와 학생들은 수성구를 중심으로 한 대구 고교의 대응이 너무 굼뜨다는 불만을 내비치고 있다. 이에 대해 입시 전문가들은 각 고교의 인식 변화에 더해 대구시교육청이 좀 더 적극적으로 대책 마련에 나설 것을 주문하고 있다.

◆안이한 현실 인식, 변화에 둔감

수성구 한 고교 2학년생의 아버지 김모(47) 씨는 자녀 진학 문제로 고민이 많다. 내신성적이 3, 4등급을 오르내리는 아들은 지역 대학 진학을 염두에 두고 있지만 논술, 면접 등 학교의 수시 대비 프로그램이 최상위권 학생 위주여서 불만이 크다.

김 씨는 "건축 분야로 진로를 생각하는 아들에게 지역의 유서 깊은 건축물을 답사하고 보고서를 만들면 수시 모집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얘기했더니 아들은 학교 선생님들이 아무런 관심이 없다고 했다"며 "다수 학생은 학교에서 들러리에 불과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각 고교는 인력, 경비, 시설 등 교육 여건상 수시 모집을 대비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기가 쉽지 않다고 해명하고 있다. 하지만 수성구 교육경비 보조금 지원 사업을 보면 수시 모집 준비에 대한 각 고교의 인식과 노력 부족이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

올해 수성구청이 추진하는 교육경비 보조금 지원 사업은 6억원(영어체험학교 지원액 제외)을 학교의 창의적체험활동 등에 우선 지원한다. 창의적체험활동은 수시 대비에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예산이 한정된 학교로선 반길 일이다.

그러나 최근 수성구 고교들이 낸 지원 신청서를 본 한 고교 교사는 "고교와 교사들이 주어진 기회조차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면서 학교 사정상 수시 대비가 어렵다는 푸념만 늘어놓고 있다"고 비판했다. 실제 A고와 B고가 제시한 프로그램은 수능 성적 향상 프로그램뿐이었다. 토요일 수능 영역별 강의를 하고 실전 감각 향상을 위한 월례 고사를 치른다는 내용이 전부다. C고 경우 디베이트(토론) 클럽과 캠프 등을 운영하는 방안 외에 수준별 야간자율학습 프로그램을 적어놓았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 내용을 들여다보면 재학생을 성적별로 나눠 야간자율학습을 시키면서 감독 교사의 감독비를 지원해 달라는 것이었다.

◆고교, 시교육청까지 모두 발벗고 나서야

서울의 경우 시교육청과 교사 모두 변화하는 입시전형에 빠르게 대처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이미 지난달 학부모 대상 2013학년도 대입 설명회를 4차례 진행했고, 15일에는 고3 진학 담당 교사들을 대상으로 별도의 설명회를 가졌다. 이곳 진로진학정보센터 이남열 교육연구관은 "수시 모집이 강화될수록 학과를 빨리 결정, 준비하는 게 좋기 때문에 일찌감치 행사를 진행했다"고 했다.

진학 담당 교사들의 움직임도 적극적이다. 고교별 수시 대비 프로그램 운영뿐 아니라 인천, 강원 등과 연계해 수시 합격, 불합격 사례를 모은 뒤 수시 대비책을 연구하고 안내하는 등 입시 정보 수집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서울 문일고 김혜남 교사는 "정시보다 수시에 비중을 둬 교내 경시대회를 많이 열고 동아리 활동을 강조하는 등 학교생활에 충실하도록 유도하면서 지원 서류를 만들고 있다"며 "보다 정확한 입시 정보를 확보하려고 대학이 전형 요강을 만드는 데 참여한 고교 교사들로부터 이 요강이 어떤 학생을 뽑고자 하는 의도인지까지 체크한다"고 했다.

부산시교육청은 수시 모집에 대비, 논술지원단을 꾸려 1주일에 한 번씩 각 고교를 순회하면서 논술 강좌를 진행하고 있다.

부산 해운대여고 한기진 교사는 "시교육청의 의지에다 각 고교의 개별적 노력이 더해져야 한다"며 "학생부 내용의 충실도만 해도 학교에서 얼마나 알찬 프로그램을 운영하느냐에 달렸다. 학교와 시교육청이 유기적인 협조 체제를 구축하지 않으면 변화하는 흐름을 따라잡기 힘들다"고 했다.

대구시교육청 경우 이곳 진학진로지원단이 고교 2학년생을 대상으로 1월 수시 캠프를 열어 토론과 면접 기회를 제공했다. 대구통합교과논술지원단도 24일부터 400여 명을 모집, 토요 논술학교를 진행하는 등 대비책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각 고교의 뒷받침이 미흡해, 수요를 모두 충족시키기 어려운 형편이다.

이에 대해 지역 입시 전문가들은 거점학교를 정한 뒤 인근 고교 학생들을 묶어 국제경제와 비교문화 등 심화학습, 논술, 면접 등 수시 대비 프로그램을 운영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각 고교별로 소수 학생을 위한 강좌를 다양하게 개설하는 것은 쉽잖기 때문에 거점학교에 프로그램을 개설, 필요한 학생들이 모이도록 하는 게 효율적이라는 것이다.

한 고교 교사는 "지역 대학의 석'박사 과정 인력을 섭외해 진학 분야 연수를 시킨다면 강사 문제도 해결된다"며 "다만 진학 담당 교사들의 모임이 대구시진학지도협의회, 대구시교육청 진학진로지원단, 대구진로진학상담교사협의회로 나눠져 있어 시교육청이 앞장서지 않으면 힘을 모으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시교육청 교육과정운영과 이희갑 과장은 "각 고교를 설득, 거점학교를 정한 뒤 인근 고교가 함께 수시 대비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이번 대입 준비에 도움이 되도록 빠른 시일 내 외부 강사 섭외와 연수도 마무리 짓겠다"고 밝혔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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