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어떻게 마련한 가게인데…."
15일 오전 10시, 포항 죽도시장에서는 상인들이 불과 연기에 그을린 물건들을 바깥으로 꺼내며 한숨을 연신 내쉬고 있었다. 그나마 일부라도 물건을 건질 수 있는 상인들은 나은 편에 속했다.
한 할머니는 불이 난 곳 바로 옆에 서서 "이제 어디서 살아야 되냐"며 현장조사를 나온 공무원들을 일일이 붙잡고 하소연했다.
이 할머니는 "40년 넘게 죽도시장에서 살았다. 여기 외에는 갈 곳도, 재산도 없는데 이제 무슨 힘으로 살아갈지 모르겠다"고 눈물을 훔쳤다.
포항북부소방서에 따르면 이날 오전 1시 40분쯤 창고로 쓰이던 목재건물에서 처음 발생한 불은 1시간 50여 분 동안 인근 점포 11곳을 더 태우고 나서야 진화됐다. 소방당국 조사결과 화재 당시 창고에는 대나무 공예품과 의류, 숯 등이 가득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또 주위 상가 역시 바구니와 빗자루 등 나무로 만든 공예품과 한복 등 의류 판매점이 밀집해 있었으며 샌드위치 패널 등 인화성 물질이 많아 불이 더 크게 번졌던 것으로 조사됐다.
본지 취재 결과 목재건물이었던 창고는 처음 모습을 유추할 만한 흔적조차 남아 있지 않았으며 인근 점포들도 까맣게 그을려 매캐한 냄새만 풍긴 채 원래 형체를 알아볼 수 없었다.
최초 신고자인 서모(52) 씨는 "이상한 소리에 잠에서 깨니 창밖으로 벌건 불길이 가득하더라. 어떻게든 꺼보려고 소화기를 6대나 써봤지만 역부족이었다. 주위 상인들이 합심해 가스통을 치우고 주민들을 깨우러 돌아다니지 않았으면 큰일이 벌어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화재로 발생한 재산피해는 소방서 추산으로 1억8천여만원이 넘는다. 하지만 화재보험에 가입한 상인들이 없기 때문에 상인들이 피해를 구제받을 수 있는 방법은 전혀 없는 실정이다.
한 상인은 "전통시장은 1급 위험지로 분류돼 보험회사에서 화재보험을 아예 받아주지도 않는다. 게다가 연로한 분들이 많아 보험은커녕 은행도 잘 가지 않고 장판 밑 등 집 안에 돈을 보관하는 사람들도 많다"면서 "이곳 점포는 우리에게 집이고 미래인데, 이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하다"고 울음을 터뜨렸다.
포항'신동우기자 sdw@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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