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10년째 소외 어린이에 국악재능 봉사…'여음' 최희정 단장

창작국악합주단 '여음' 최희정 단장

"단소, 태평소, 가야금 등을 불어보게 하거나 줄을 튕겨보게 하면 아이들은 그림으로만 보던 국악기에 바로 관심을 가지죠. 이 아이들이 어른이 되어서 우리 전통음악인 국악을 즐길 줄 아는 공연 소비자가 될 것이라고 믿어요."

창작국악합주단 '여음'(餘音)을 이끌며 10년째 국악합주와 음악적 재능기부를 하고 있는 최희정(33) 단장. '여음'은 2003년 9월 경북대 예술대학 국악학과 악장이었던 최 단장을 중심으로 99학번~01학번 여학생 9명이 '국악의 대중화'를 기치로 결성했다.

"여음은 한 해 평균 100여 회 공연과 2차례 이상 해외공연을 합니다. 기획부터 공연까지 전 과정을 직접 진행하고 국내 공연의 약 20%는 재능기부에 할당합니다."

영세한 공부방과 지역아동센터를 중심으로 이뤄지는 재능기부는 귀에 익숙한 곡들로 구성된다. 레퍼토리는 동요, 가요, 트로트, 팝송에서 창작곡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여음'은 국악 대중화 취지에 맞게 피아노나 드럼 같은 서양악기를 이용해 음악을 삽입한 뮤직 레코딩 반주도 자체 제작해 사용한다.

"일단 음악적 비트가 좋고 신나는 음악이 흘러야 듣는 사람들도 기분 좋게 들을 수 있어요. 단소나 태평소 같은 국악기는 크기가 작아 음악적 효과를 잘 드러낼 수 없기 때문입니다."

최 단장은 재능기부 공연에도 허투루 기획하는 법이 없다. 청중의 흥을 돋우기 위해 비보이팀과 타악기팀 혹은 지역의 떨기나무어린이합창단과 합동공연을 주선하기도 한다. 또 공연주제와 맞춘 스토리가 있는 랩까지 공연에 끼워 넣는다.

국악 대중화와 미래 공연 소비자를 위한 '여음'의 재능기부 노력은 재작년 정기공연 때 얻은 수익금 500만원을 지역아동센터에 기부하는 것으로 재투자(?)됐다.

"저희가 결코 넉넉한 단체라서 기부한 것은 아니에요. '여음' 결성 초창기만 해도 단원들 연봉이 20만원 선에 불과했으니까요. 공연 요청이 오면 차비만 받고 한달음에 달려갔죠."

그렇다 보니 결성 후 5년까지는 단원들이 하나 둘 떨어져 나가 현재는 초창기 멤버인 정단원 4명과 객원단원 3명이 '여음'을 유지하고 있다. 정단원들은 국악예술강사로서 초등학교 비정규직 음악교사로 활동하며 초심을 지켜나가고 있다.

'여음'의 공연 중 특히 대중의 사랑을 받는 레퍼토리는 창작곡이다. 이 중 전통의 소리를 현대적으로 승화시킨 '각시방에 불을 켜라'는 매년 한 차례씩 열리는 송년 콘서트의 타이틀곡으로 신민요 '각시풀 타령' 편곡에 랩을 첨가했다.

강원도 아리랑, 해주아리랑, 뱃노래를 난장으로 풀어 신명을 더한 '달콤한 민요'도 청중들의 인기곡이다.

연중 2회 이상 열리는 해외공연은 문예기금을 신청하거나 해외 거주 '여음' 지인들의 주선으로 이뤄지면서 국악의 세계화에 일조하고 있다. 특히 창립 초기 미국 한인이주 100주년 기념초청공연, LA 재미국악원 30주년 개원 기념연주, 터키 이스탄불 국립고등학교 120주년 기념 초청공연, 일본 도쿄 회관 공연, 프랑스 파리 유네스코본부 샹젤리제 극장 공연 등에서 '여음'은 국악의 매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돈보다는 우리가 가진 재능을 기부하는 게 훨씬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단지 공연과 기획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현실적인 벽을 무시할 순 없습니다. 그래서 가진 사람들이 문화예술인들에게 더 많은 지원을 해 줄 수 있다면 국악의 대중화, 더 나아가 세계화는 '여음'만의 꿈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우문기기자 pody2@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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