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발로 뛰며 대구시·달성군 소재 서원이야기 펴낸 이현경 씨

"옛 사람 삶 고스란히 담긴 서원은 교훈적 배움터"

"회사일로 자료 수집을 하다가 대구 인근에 의외로 고풍스런 서원이 많다는 걸 알게 됐고 호기심으로 주말에 몇 군데를 가보았죠. 그런데 대부분 관리가 되지 않은 상태여서 안타까운 마음에 서원 이야기를 정리하고픈 마음이 들었습니다."

대구의 한 홍보대행사 기획팀장인 이현경(30) 씨가 대구경북연구원의 저술지원을 받아 지난 1년간 대구시와 달성군에 산재한 서원 24곳의 이야기를 여성의 섬세한 시선과 살가운 마음으로 담은 '대구의 서원 이야기-빌딩숲 사잇길 따라'를 펴냈다.

이 씨는 쉽고 간결한 문체와 스토리텔링, 숱한 발품을 들인 카메라 앵글로 도심 속에 방치된 서원을 따뜻한 정으로 보듬고 있다.

"서원엔 교훈적인 이야기가 많아요. 옛 어르신들의 지극한 효성, 학문에 대한 숭상, 헌신적인 사랑과 배려, 불 같은 용맹, 그리고 올곧은 정의가 고스란히 담겨 있죠. 이러한 교훈들이 청소년들에게 재미있게 다가갈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씨가 책을 쓰기로 작정한 후 지난 1년간의 현장답사가 순조로웠던 것만은 아니다. 대개의 서원은 안내인이 없고 문이 잠겨 있는 경우가 허다했다. 이 때문에 담장 너머로 기웃거리며 안을 살피고 돌아와야 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책에 수록된 많은 사진 중 담장 밖에서 앵글을 맞춘 사진이 많은 것도 이 때문이다.

"혹 제 책이 서원을 찾을 때 예비지식을 줄 수 있다면 보람이 되겠죠. 아무도 없는 서원에 가더라도 남다른 재미와 옛 숨결을 느낄 수 있을 테니 말이죠."

이 씨는 그렇지만 몇몇 서원에서는 의외의 취재 기쁨을 맛보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고려 말 문신 추적(秋適) 선생을 모신 달성군 화원의 인흥서원에서는 버선발로 뛰어나와 반겨준 후손 추연섭 씨가 영어를 섞어가며 유려하게 설명하는 모습에 답사의 지루함을 잊었고, 경북도청 뒷산 연암공원에 있는 구암서원에서는 서침(徐沈) 선생의 비움과 나눔의 인생을 보며 삶의 이정표를 되새기는 계기가 됐다. 또 달성군 현풍에 소재한 이양서원에서는 청백리 곽안방(郭安邦) 선생의 청렴한 공직자상을 생생하게 배웠고, 고층아파트 숲 가운데 있는 달서구 상인동 낙동서원에서는 고려 말 석학 우탁(禹倬) 선생과 임란 때 의병장 우배선(禹拜善) 장군의 기개와 애국충정을 가슴에 담기도 했다.

"서원에 대한 보다 자세한 내용은 인터넷과 관련 서적을 참고했어요. 1년 동안 서원답사를 하면서 느낀 점은 대구 인근에 이렇듯 훌륭한 서원이 많으니 주말을 이용해 가족나들이를 한다면 자녀들에게 아주 유익한 교육의 장이 될 것 같아요."

그는 주5일 수업제의 전면 실시를 맞아 대구시나 대구시교육청에서 주말 프로그램으로 서원 투어를 마련하거나 기존 시티투어에 적극 활용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서원 관리를 더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이 씨는 이달 12일 대구시교육청을 통해 대구시내 초'중'고교에 대구의 서원 이야기를 담은 책 500권을 기증했다.

우문기기자 pody2@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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