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관리가 엉망이다. 지난달 9일 고리원자력발전소 1호기 정전 당시 발전팀장이 매뉴얼(비상운전절차서)에 나와 있는 '대체교류 디젤발전기(AAC)'를 돌리지 않고 곧바로 외부전원을 연결한 것은 AAC에 대한 운전요령을 제대로 숙지하지 못했기 때문인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지난달 1호기의 비상디젤발전기 성능검사에 참여한 원자력안전기술원(KINS)의 실무자 4명 가운데 절반이 입사 1년 미만의 수습 직원이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엉터리 검사가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수습직원은 정직원이 아니어서 부실검사 논란이 일고 있는 것이다.
요즘 비상디젤발전기는 중요 부품들만 수백가지가 넘고 전문가가 정미랗게 검사할 중요 검사항목만 수십가지에 달하기 때문에 고숙련도를 요하는 검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검사에 수습직원을 투입한데다 최후의 보루라고 할 수 있는 대체교류발전기인 AAC 작동에 대한 숙련도가 떨어지는 직원이 비상상황에 대처한 결과가 정전으로 이어지고, 전 국민에게 불안감을 조성해버렸다.
보통 원전에 외부전원 공급이 중단되면 1차로 비상디젤발전기를 가동해야 하며, 이마저 안 될 경우 2차로 '최후의 보루' 격인 AAC를 작동시켜야 한다. 사고 당시 고리원전 측은 비상디젤발전기가 고장 나자 AAC 가동 없이 외부전원 복구를 했다.
동아일보에 따르면 현재 고리원전 1∼4호기를 운영하는 24개 발전팀은 대체교류발전기인 AAC 점검을 3개월에 한 번씩 한다. 한수원은 20일마다 정기점검을 받는 비상디젤발전기와 달리 대체교류발전기인 AAC는 3개월에 한 번씩만 한 시간에 걸쳐 성능 점검을 한다. 이 때문에 고리원전에 AAC가 설치된 2006년 8월 이후 지난달 사고 직전까지 총 22차례의 정기점검이 이뤄졌다. 고리 1∼4호기를 총 24개 발전팀이 운영한다는 점과 한 팀이 중복 점검하는 경우도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정기점검 때 AAC를 한 번도 돌려보지 못한 팀이 있다고 지적했다. AAC 가동시간은 약 10분.
고리원전 1호기 정전 당시 비상디젤발전기가 고장이 나 작동하지 않자 현장 직원들은 외부전원을 연결하느라 12분을 소요했다. AAC를 즉각 사용했다면 전원 복구에 걸리는 시간을 좀 더 줄일 수도 있었다.
동아일보는 입수한 '고리원전 비상운영절차서'에 따르면 '비상디젤발전기를 수동으로 가압(작동)할 수 없으면 △디젤발전기를 일단 수동으로 정지(OFF)한다 △대체교류전원 디젤발전기의 차단기 배열 후 수동으로 기동한다 △가능한 소외(외부) 전원계통을 이용해 전원 공급을 시도한다고 적시돼 있다. 그러나 당시 발전팀장은 두 번째 사항(AAC 기동)을 건너뛰고 외부전원부터 연결을 시도했다고 알리고 있다.
대체교류 디젤발전기(AAC) :
원자로 외부전원이 모두 꺼진 상황에서 비상디젤발전기마저 작동하지 않는 경우 최후의 수단으로 사용하는 발전기다. 정부와 한수원은 "우리나라 원전은 일본 후쿠시마원전에는 없는 AAC까지 갖추고 있어 안전하다"고 주장했다. 비상디젤발전기와 구조가 비슷하며 원자로 4기가 AAC 한 대를 공용으로 쓸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최근 영남대 이재훈 교수는 후쿠시마 원전 사태와 관련, 2차 전지를 이용한 비상발전기 사용문제를 우리나라 원전에도 도입해야할 필요성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최미화 기자 magohalm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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