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부활하는 러시아, 그 힘은 천년의 역사 속에 있다

처음 읽는 러시아 역사/에이브러햄 애셔 지음/ 김하은'신상돈 옮김/ 아이비북스 펴냄

구 소련 붕괴 이후 우리의 뇌리에서 점차 사라져갔던 러시아가 다시 부상하고 있다. 한반도를 둘러싼 정치'경제'군사적 이슈를 다룰 때, 지금까지는 주로 미국과 중국만을 중심으로 생각해온 경향이 없지 않았다. 이제 그 관점이 바뀌어야 할 터닝포인트(turning point)가 다가왔다.

'지배하기에는 너무 나약하고 지배당하기에는 너무 강한 러시아'가 21세기 한반도와 국제정세에서 어떤 역할을 하느냐에 따라 우리의 국운과 삶이 크게 달라질 수밖에 없는 것이 냉엄한 현실이다.

오일머니에 힘입은 경제적 회복이 러시아의 부상을 뒷받침하고 있다. 게다가 강력한 지도자 블라디미르 푸틴이 2000년과 2004년에 이어 3번째 대통령 선거에서 이기면서 세계적 주목을 받고 있다. 푸틴은 향후 6년 동안 '세계에서 가장 큰 나라'를 통치하게 되고, 중임에 성공하면 12년을 권좌에 머물 수 있다.

헨리 키신저 전 미 국무장관은 "푸틴은 독재자가 아니라 애국자"라고 말했다. 독재자와 애국자가 얼마나 유사성이 있고, 또 얼마나 다른지 구별하기 쉽지 않지만, 분명한 것은 푸틴이 강대국의 지위 회복을 표방하며 민족주의적 색채를 강하게 띠고 있다는 것이다.

이미 시리아와 이란 등 제3국에 대한 정책에 있어 미국 및 서구세계와 대립각을 세우기 시작했다. 중국과는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구축하려 하고, 옐친 이후 소원해졌던 북한과의 관계도 회복을 시도하고 있다. 물론 그렇다고 우리와의 경제협력 관계의 중요성이 약화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관계'는 그만큼 복잡해진다.

러'일 영토분쟁에 대해서는 강경한 입장을 뚜렷하게 보여주고 있다. 지난해 11월 일본 열도 주변에서 러시아가 대규모 해'공군 합동훈련을 실시한 것은 북방영토 반환을 요구하는 일본에 대한 일종의 무력시위로 해석된다. 지금 한반도와 그 주변정세는 중'일'러'미 등 열강들이 각축을 벌이던 100여 년 전을 닮았다. 국권을 잃고 참혹한 고통 속에 삶을 살았던 우리 선조의 아픔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큰 나라, 그러나 서양사에 가려진 러시아'를 제대로 알 필요가 있다.

이 책은 복잡하지도 산만하지도 않다. 뉴욕시립대학 대학원 역사학 명예교수로 40년 이상 러시아 역사를 가르쳐온 저자가 간략하게 축약하면서도 러시아 역사의 전반적인 개요를 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그동안 유럽 역사 속에서 피상적, 부분적으로만 소개되어 체계적으로 정리되지 못했던 천 년의 러시아 역사가 한 권에 일목요연하게 정리된 셈이다.

최초의 슬라브 국가인 키예프 공국(키예프 루시)의 탄생부터 몽골의 지배, 모스크바의 세력 확장, 로마노프 왕조의 출현과 서구화, 나폴레옹의 침공, 농노해방, 러시아 혁명, 소비에트의 집권과 제2차 세계대전, 개방과 민주화, 소련 붕괴, 그리고 공산주의 이후의 시대로 이어지는 역사의 전 과정이 펼쳐진다. 특히 푸틴 대통령이 집권했던 8년간의 중요한 특징을 짚어 봄으로써 앞으로 러시아가 갈 길을 엿볼 수 있게 했다. 407쪽, 1만4천800원.

석민기자 sukmi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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