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가 면장 선거에 나섰다. 사돈이 꼭 찍어준다고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투표함을 열어보니, 딱 1표가 나왔다. A씨가 말하길 "사돈 표는 여기 있는데, 내 표는 어디 갔소?"' 선거 때마다 떠올리게 되는 유머지만, 선거판만큼 요지경이 없다. 자신 곁에 있는 사람조차 우군인지 적군인지 알 수 없는 게 선거판이다. 규모가 작은 선거일수록 더욱 그렇다.
국회의원, 지방자치 선거는 여론조사, 정당 지지도 등을 통해 어느 정도 그 결과를 예측할 수 있지만 유권자가 수십, 수백 명에 불과한 작은 선거는 예측조차 어렵다. 지연 학연 혈연 등 온갖 수단과 불법을 동원하더라도 유권자들의 마음을 제대로 읽을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유권자 모두가 자신을 찍어주겠다고 하기에 갈피를 잡을 수 없다. '사돈 표'의 또 다른 사례가 현재 진행 중인 포항상공회의소 회장 선거가 아닐까 싶다.
포항상의 회장 선거에 최병곤(61) 삼구건설 회장과 박병재(60) 피앤피 대표가 나서고 있다. 두 후보는 지난해 말부터 49명의 상공의원을 대상으로 득표 활동을 벌이고 있다. 선거운동이 과열되다 보니 시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일들이 계속 벌어지고 있다. 일찌감치 선거운동 과정을 놓고 편파 시비가 붙더니 특정 후보를 비하하는 괴문서까지 나돌기에 이르렀다. 한 후보가 지난해부터 제주도 등에서 상공의원들을 초청해 골프를 쳤다거나, 현 최영우 회장이 사촌 동생인 최병곤 후보를 지원하고 있다는 비판은 그나마 나은 편이다. 며칠 전 언론사마다 배달된 괴문서에는 특정 후보의 가족 관계, 비리를 적나라하게 비난하는 내용으로 채워져 있어 충격을 안겨줬다. 상대 후보 측은 '우리 짓이 절대 아니다. 만약 사실이라면 전 재산을 포항시에 기부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경위가 어찌 됐든, 축제의 장이 돼야 할 상의 회장 선거가 정치판보다 더 추악한 선거로 변질됐다는 평가다.
원래 상의 회장은 명예직이다. 지역마다 유명 경제인들을 추대 형식으로 모시는 게 관례다. 선거를 한다는 자체부터 볼썽사나운데 선거 과정에서 불미스런 일이 잇따라 일어나고 있으니 더욱 한심스럽다. 아무리 연간 예산 50억 원이 넘는 경북 최고의 상의 회장 자리가 좋다고는 하지만, 28일 선거가 끝나고 나면 어떻게 경제인들의 분열과 갈등을 봉합할 수 있을지 걱정스럽다. 아무쪼록 페어플레이하는 선거가 됐으면 좋겠다.
박병선 동부지역본부장 lal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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