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여섯 살 먹은 여자아이와 서너 살 사내아이
어린 남매가 나란히 앉아 똥을 눈다
먼저 일을 마친 동생이 엉거주춤 엉덩이를 쳐든다
제 일도 못다 본 누나가
제 일은 미뤄두고 동생의 밑을 닦아준다
손으로,
꽃잎 같은 손으로
안개가 걷히면서 망고나무 숲이 보인다
인도의 아침이다
놓치기 쉬운 삶의 풍경을 잘 포착하는 윤제림 시인의 시입니다. 한 편의 감동적인 풍경을 통해 '예토'(穢土), 즉 더러운 땅이기 때문에 아름다운 꽃이 핀다는 진리를 우리에게 전해 주고 있네요.
어린 누나가 더 어린 동생의 뒤를 맨손으로 닦아주는 저 풍경에 세상의 어떤 곳이 성스러워지지 않을 수 있을까요. 이런 아이들이 성자이고, 이들이 사는 나라가 바로 성스러운 나라가 아닐까요.
시인은 말하는 것이겠지요. 세상이 더럽다고 말하기 전에, 가난으로도 굶주림으로도 더럽혀지지 않을 '꽃잎 같은 손'을 우리가 지니고 있는지 생각해 보라고. 두 손을 펼쳐 살펴보라고.시인'경북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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