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계산동에서] 지방분권을 선택하자

'397세대'는 1970년대에 태어나 90년대에 대학을 다닌 현재 30대들이 우리 사회의 새로운 주류로 떠오르면서 등장한 신조어다.

대구경북 397세대는 서울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수적 열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지역 사회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30대 오피니언 리더들을 찾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지역 사회의 젊은 인재 부재는 '잃어버린 20년'에 기인하고 있다. 1990년대 이후 지난 20년간 지역 경제가 줄곧 내리막길을 걸으면서 인재 유출 현상이 가속화된 것이다. 지역 출신의 수도권 명문대생뿐 아니라 지방대 인재까지 대거 서울로 유입되고 있다.

얼마 전 술자리에서 만난 수도권 명문대 출신의 지역 2세 경영인은 "지역 발전을 가로막는 가장 무서운 미래의 적은 지역 출신 재경 인재들이 될 것"이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던졌다.

"대구경북이 사활을 걸었던 남부권 신공항 건설 사업을 예로 들어볼까요. 명절 때 고향에 내려오는 서울 친구 녀석들마다 지방 신공항이 왜 필요하냐는 겁니다. 국토균형발전이니 지방분권이니 경제성 없는 헛구호에 불과하다는 거예요."

서울로 유입된 지역 출신 젊은 인재들에게 지방분권은 남의 얘기가 되고 있고, 이대로 가다가는 오히려 지역 발전에 역행할 수밖에 없다는 한탄이었다.

PC 시대의 397세대들은 SNS, 나꼼수 등 다양한 정치 채널에는 열광하는 반면 개인주의적 성향 탓에 대구경북의 이익과 미래보다는 그들이 속한 중앙의 이익과 이해관계를 우선시하기 마련이다.

지역경제가 갈수록 피폐해지고 있다는 위기의 아우성이 하늘을 찌르고 있지만 지역의 살 길, 지역의 권한은 그들의 관심 대상이 되기 어렵다.

지난 30여 년간 대구경북 1당의 지위를 누려 온 새누리당의 공천 행태가 이와 닮아 있다. 새누리당은 지역에서 태어났지만 지역 실정을 잘 모르는 인물들을 전략 공천해 무늬만 지역 국회의원을 양산했다.

중앙당은 사람 심기, 계파 공천 관행을 일삼고, 지역에 애정이 없는 무늬만 지역 국회의원들은 중앙당과 중앙정부에 이리저리 끌려다니며 남부권 신공항을 비롯한 지역 현안에는 꿀 먹은 벙어리가 되기 일쑤다.

4'11 총선 공천 과정에서도 새누리당의 중앙 일방주의 폐해가 극명하게 재현되고 있다. '토종 TK' 대표 주자로 공천을 신청했던 지방의원 출신 후보들은 전원 탈락한 반면 지역구에는 살아본 적조차 없는 중앙인사들이 단지 대구경북 태생이라는 이유로 무더기 공천에 올랐다.

전대미문의 돌려막기 전략 공천은 지방분권과 지역균형발전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2002년 대선 당시 지방분권 운동이 전국 각 지역 각계각층에서 봇물처럼 터지면서 '지방에 결정권을, 지방에 세원을, 지방에 인재를'이란 슬로건이 처음 이슈화됐지만 중앙 정치권과 수도권 중심주의자들의 기득권 고수로 중앙 집권-수도권 집중 체제는 10년째 요지부동이다.

변화는 결국 대구경북 유권자의 몫이다. 이번에는 꼭 지역을 위한 일꾼을 고르자. 새누리당이든 민주통합당이든 무소속이든 당적이 무슨 상관인가? 지역에 대한 애정, 지역 발전, 지방분권을 최우선 가치로 선택하자.

지방분권은 대구경북 발전을 위한 선택이 아닌 필수이며,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정신이다. 굳이 수도권에 가지 않더라도 지역에서도 수도권만큼 잘 살 수 있고, 자녀 교육을 제대로 시킬 수 있으며, 복지나 문화적 혜택을 누릴 수 있게 해야 한다.

그래야 대구경북이 살고, 수도권으로 떠나는 대구경북 20, 30대의 엑소더스 행렬을 막을 수 있다. 젊은 인재들이 서울로 떠나 중앙 논리에 매몰되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한 대구경북의 미래는 없다.

이상준/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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