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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노트] 규제기관의 원전 사택 이용, 그 이해와 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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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생각이 짧았습니다. 취지(지역 상생)가 아무리 좋다고 해도 공정성을 지켜야 할 기관으로서 올바르지 못한 처신이었습니다."

한국수력원자력 울진원자력본부가 특정기관에 사택을 제공해 특혜 논란(본지 2월 23일자 9면 보도)이 일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울진경찰서 측은 "경찰 조직에 대한 오해가 있을 수 있다. 직원들을 즉각 이사시키겠다"고 약속했다. 그리고 한 달 후 약속을 지켰다.

울진경찰서 관계자는 "집을 구하지 못해 고생하는 직원들이 안쓰러워 지역 협력 차원에서 사택을 요청한 것인데, 결과적으로 엄청난 오해를 사게 됐다"며 "'원전 사택에 살면서 어떻게 법집행이 투명해질 수 있느냐'는 자기반성에서 사택을 되돌려줬다"고 말했다.

울진경찰서는 문제가 생기자, 냉철한 자기반성을 통해 잘못을 바로잡았다.

하지만 대통령 직속 원자력안전위원회(당시 교육과학기술부 소속) 직원들은 '사택 이용'에 대해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수년 전 원전 사택을 무상으로 사용하다 교과부 감사에서 '부당하다'는 지적을 받은 이후 현재는 임대료를 지불하고 살고 있다는 것이 그 이유다.

울진원전민간환경감시기구 한 위원은 "원전 직원들도 살 집이 없어 허덕이는 마당에 원자력안전위원회 직원에게까지 집을 내주는 울진원전도 문제지만, 이를 규제하고 감독해야 할 기관이 '우월한 힘'을 앞세워 원전 사택을 쓰고 있다는 점이 더욱 문제다. 설사 돈을 지불했다 하더라도 일단 편의를 제공받은 이들이 과연 울진원전에 대해 중립적일 수 있을까"라며 의문을 나타냈다.

얼마 전 경찰이 돌려준 집에는 원전 직원들이 들어가 살고 있다. 한 원전 관계자는 "원전 사택 이용 논란이 일자 (경찰은) 곧바로 잘못을 시인하고 집을 돌려줬다. 그러다 보니 많은 직원들이 '울진에서 집 구하기가 얼마나 어려웠으면 그랬겠느냐'며 경찰을 이해하는 분위기다"고 말했다.

그렇다. 잘못은 인정하고 하루빨리 되돌리면 '이해'가 되지만, 끝까지 인정하지 않고 버티면 '오해'가 된다.

지역의 한 원전 전문가는 "원자력안전위원회가 편의를 제공받았다고 해서 주민 목숨이 걸린 안전 문제에 대해 간과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문제 발생 시 차갑고 냉철하게 판단하지 못할 것이라는 시각은 많다"고 말했다.

원전 안전을 책임지고 있는 위원회가 왜 스스로 오해 살 일을 만들고 있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울진'박승혁기자 psh@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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