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량감 있는 무소속 후보들이 나서면서 접전이 예상됐던 경북 포항남울릉 선거구의 판도가 새누리당 진영의 정비 작업이 속도를 내면서 새누리당 우세 쪽으로 기울고 있다.
굵은 빗방울이 추적추적 내리던 30일 오후 포항터미널 앞. 택시기사 서너 명이 비를 피해 정류장 건물 처마 밑에 모여 담배에 불을 붙이고 있었다. 무리에 끼어 총선 얘기를 꺼냈다.
한 택시기사는 "복잡하게 얘기하는 사람도 많은데 포항에서는 새누리당 후보를 꺾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남울릉 선거구의 경우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이 24년(6선) 동안 기반을 다져 놓았기 때문에 사실상 새누리당 조직이 지역구 내 알만한 사람들을 모두 흡수한 상태라는 설명까지 곁들였다.
실제로 이 전 부의장이 '장기집권'하면서 지역에서는 새누리당 조직 외 다른 정치세력이 성장할 기회를 찾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관건은 낙하산 공천 논란의 주인공인 새누리당의 김형태(59) 후보가 이 전 부의장 '조직'을 얼마나 신속하고 부드럽게 접수하느냐다.
포항 토박이인 택시기사 박말섭(70) 씨는 "남구가 이병석 새누리당 후보의 독주가 진행되고 있는 북구보다 빡빡하긴 하다"면서도 "매끄럽지는 않지만 그래도 '새누리당' 공천을 받았다는 강점이 크게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이곳에서는 두 명의 무소속 후보들이 향후 극적인 후보 단일화에 합의하는 것만이 기존의 판세를 뒤흔들 수 있는 카드로 보고 있다. 단일화 카드가 가시화되지 못하고, 새누리당 후보가 큼직한 '헛발질'을 하지 않는 이상 이 지역 판세는 '새누리당'이 리드해 나갈 것이라는 전망이 더 우세하다.
김형태 후보는 "굵직한 족적을 남겼던 중진 국회의원의 정계은퇴에 따른 공백을 메우기 위해 역량을 쌓고 있다"며 친박계 인사답게 박근혜 중앙선거대책위원장 대통령 만들기 이야기도 했다.
김 후보는 공천 직후 불거진 당내 조직의 반발이 거의 수습단계로 접어들고 있다며 당 조직이 정상가동되면서 선거 판세가 유리하게 전개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허대만(42) 민주통합당 후보의 판세 분석 내용은 정반대다. 이명박 정부에 대한 지역민들의 실망과 분노가 극에 달했기 때문에 이번 총선에서 지역민들의 심판이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허 후보는 "새누리당 독주에 대한 선거구 주민들의 불만을 선거운동 현장에서 확인하고 있다"며 "민주통합당이 주민들에게 대안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정장식(61) 무소속 후보는 새누리당의 '묻지마식 친박 공천'에 대한 지역민들의 반발이 표로 나타날 것이라고 기대했다. 정 후보는 "공천과정에서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했고 그에 대한 지역민들이 반발이 적지 않다"며 "총선에서 표로 심판하겠다는 지역민들의 의중에 기대를 걸고 있다"고 말했다.
박명재(64) 무소속 후보는 '생활정치' 구현을 내세우며 허황한 말보다 깔끔한 공약실천으로 지역민들의 기대에 보답하겠다는 의중을 밝혔다. 박 후보는 "'특별한 중진 국회의원'의 정계은퇴 이후 지역 이익을 챙길 중량감 있는 정치인의 출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많다"며 "보수와 진보 성향의 정권으로부터 모두 실력을 인정받은 제가 중앙 정치무대에서 지역의 이익을 지켜내겠다"고 말했다.
유광준기자 june@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이준석, 전장연 성당 시위에 "사회적 약자 프레임 악용한 집단 이기주의"
[전문] 한덕수, 대선 출마 "임기 3년으로 단축…개헌 완료 후 퇴임"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
민주당 "李 유죄 판단 대법관 10명 탄핵하자"…국힘 "이성 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