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인 SSM의 영업 제한이 이달부터 시행에 들어간다.
지난해 연말 개정된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른 조치로 둘째와 넷째 일요일 휴무에 들어가며 자정부터 오전 8시까지도 영업 규제를 받게 된다.
대구에서는 지난달 조례 개정을 한 수성구와 달서구가 이달 8일부터 시행에 들어가며 나머지 구'군과 경북 지역 시'군들도 의회 조례 개정과 동시에 순차적으로 영업 제한에 들어갈 예정이다.
골목까지 파고든 유통 대기업의 무차별적인 상권 장악에 고통받아온 영세 중소상인들로서는 오랜만에 접하는 반가운 소식이다.
유통 대기업들은 지나친 영업 규제라며 헌법 소원까지 내며 반발하고 있지만 사회적인 반향은 크지 않다. 해마다 대형마트의 몸집이 커지는 만큼 생존에 내몰린 영세상인들의 숫자는 비례해 증가하기 때문이다.
1990년대 '할인점'이란 이름으로 처음 등장한 대형마트는 '바잉 파워'를 앞세운 저렴한 판매 가격과 백화점식의 편리한 쇼핑을 내세워 무서운 성장을 해왔다.
대형마트의 원조격인 월마트와 까르푸 등 글로벌 유통 그룹이 국내에 진출했지만 홈플러스와 이마트 등 국내 대형마트의 '토종 마케팅'에 무릎을 꿇는 수모를 당하기도 했다.
그러나 '유통 공룡'으로 성장한 대형마트는 최근 몇 년간 거의 성장 한계점에 도달한 듯하다. 대도시에서 중소도시로 진출한 뒤 몇 년 전부터는 SSM을 앞세워 골목 상권까지 장악해 더 이상 잡아먹을 대상이 거의 사라진 탓이다.
대형마트의 성장 뒤에는 중소 영세상인의 몰락이란 아픈 그림자가 있다. 지방 경제 또한 대형마트 성장의 폐해가 상당하다.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수도권 집중화가 심한 한국에서 서울에 본사를 둔 유통 대기업의 상권 장악은 결국 지방 경제의 자립도를 더욱 열악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지난해 대구에서 역외 대형마트들이 거둬들인 매출은 1조 5천억 원에 이른다. 하지만 지역 금고 이용률은 '0'에 가깝다.
단순하게 보면 하루 대형마트를 통해 40여억 원이 넘는 돈이 꼬박꼬박 서울로 유출되는 셈이다. 물론 여기에는 백화점과 아울렛 등의 매출이 빠진 수치다. 이들까지 합치면 하루 100억 원의 '대구 돈'이 역외 유통 대기업을 통해 서울로 흘러나가고 있다.
지역 경제 성장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금의 흐름이다. 일정 경제권에서 부가가치는 소비와 투자의 유기적인 반복 과정에서 만들어진다. 또 이를 통해 지역을 발판으로 한 기업도 만들어지고 일자리도 창출된다.
하지만 지역에서 소비된 돈이 외부로 유출되는 왜곡된 경제 구조는 결국 지방 경제를 피폐로 몰아넣게 된다.
이런 점에서 대형마트와 SSM의 영업 규제는 건전한 지역 유통 구조를 만들 수 있는 소중한 첫걸음이다.
'시작이 반'이란 속담이 있다.
중소상인들은 대형마트의 영업 규제를 최대한 활용해 자생력을 키울 수 있는 발판을 만들어야 한다. 떠나간 고객을 다시 불러모을 수 있는 방안을 만들어야 하고 시장과 골목 가게가 대형마트나 SSM에 비해 '좋은 점'이 있다는 점을 부각시켜야 한다.
소비 주체인 30, 40대는 아쉽게도 '대형마트' 세대란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들은 어릴 적부터 대형마트를 통해 자연스런 소비 행위를 해왔다. 신세대 주부들에게 전통시장은 낯설고 어디서 무엇을 사는지조차 알 수 없다. 뒤집어 보면 이들에게 대형마트 휴무는 상당한 불편이 뒤따른다. 일요일 장을 보는 맞벌이 부부라면 불편은 더욱 클 수밖에 없다.
그러나 대형마트와 SSM 휴무에 대해 별다른 반론은 없다. 불편을 감수하더라도 중소 영세상인의 재기와 지역 경제 활성화란 취지에 동참하겠다는 무언의 표현이다.
전통 상권 부활을 위해서는 상인들뿐 아니라 자치단체와 행정기관들의 적극적인 지원도 필수적이다.
자금과 세제 지원, 물건 사주기 등 적극적이고 세심한 지원책이 필요하다. 어린 학생들이 전통시장을 익힐 수 있도록 '시장 보기' 체험도 교육 과정에 넣을 필요가 있다.
다시 전통시장에 인파가 붐비고 골목 가게에서 유쾌한 웃음이 터져 나오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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