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자노트] 대구FC, 잘 나갈때 조심해야

대구FC가 올 시즌 초반 지난해 우승팀과 준우승팀을 꺾는 등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대구는 안정된 수비 조직력의 기반 위에 한층 빨라진 속도로 상대를 몰아붙이는 위협적인 공격력까지 선보여 프로축구 관계자들과 팬들의 주목을 한몸에 받고 있다.

그러나 이즈음에서 경계해야 할 것이 있다. '방심'이다. 강팀 연파와 3연승으로 자신감이 넘치는 것은 좋지만 자칫 긴장을 늦추면 불의의 일격을 당할 수 있고 이는 추락의 빌미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대구는 지난해 이맘때에도 5라운드까지 홈 3연승을 포함, 3승1무1패로 올해와 똑같은 성적을 거두며 4월 한때 3위에 이름을 올리는 등 초반 돌풍을 일으켰다. 6라운드에서도 무승부를 기록하며 개막전 패배 후 5경기 연속 무패(3승2무)로 질주했지만 이후 내리 3연패 하며 내리막길을 걸었다.

승승장구할 당시 사령탑이었던 이영진 감독은 "선수층이 얇아 한순간 추락할 수 있다. 또 이젠 상대도 우리 팀을 분석하고 대비해 나올 것이기 때문에 힘든 경기가 예상된다"며 "운도 좋고 상승세를 타면서 좋은 분위기를 이어가고 있지만 방심하면 또 어떻게 될지 모른다. 한 번의 패배로 분위기가 무너지면서 연패할 가능성도 있다"고 경계했고, 우려는 현실로 나타났다.

물론 올해는 지난해보다 나아진 점이 몇몇 있다. 주전, 비주전의 구분이 없을 정도로 선수층이 상대적으로 두터워지고 용병도 강화됐다. 선수단 결속력이 어느 때보다 강해 조직력이 최상이고, 수비력도 탄탄해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올해 연승이 전북, 울산 등 지난해 우승'준우승팀을 상대로 거둔 것도 의미가 있다. 승부 조작에 따른 주력 선수 이탈도, 전력 손실도 없다.

그렇다고 마음을 놓을 순 없다. 대구FC 돌풍의 시작이 다름 아닌 지난해 꼴찌 팀 강원FC에 0대2로 충격적 패(2라운드)를 당한 순간이었던 것처럼 디펜딩 챔피언 전북에 3대2 역전승(5라운드)을 거둔 것이 추락의 시작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강원에 진 충격이 '약'이 돼 긴장감과 절박감을 유발시켰고, 이는 예상 못 한 놀라운 결과로 이어졌다. 마찬가지로 순간의 방심과 자만이 '독'이 돼 역시 예상치 못한 연패와 몰락의 결과로 나타날 수도 있다.

지금 대구의 선수단 분위기는 이보다 더 좋을 수 없을 정도다. 그러나 자칫 들뜬 마음이 위기의식을 망각하게 할 수도 있다. 7일 제주 유나이티드와의 원정 경기가 그래서 더욱 중요하다. 주마가편(走馬加鞭)이라고 했다. 잘나갈 때 더욱 경계하고 긴장의 고삐를 조여야 한다.

이호준기자 hoper@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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