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새누리 중진들 운명은? 민주, TK에 첫 깃발?…대구경북 관전포인트

20년 만에 대선과 함께 치러지는 이번 총선은 향후 대구경북 정치 지형의 변화를 감지할 수 있는 바로미터다. 결과에 따라 미동에 그칠 수도 대형 지각변동이 일어날 수도 있다. 특히 1988년 13대 총선 이후 철옹성처럼 유지돼 온 새누리당 중심의 정치적 독점구조가 깨질지는 전국적인 관심사다. 대구 수성갑에 출마한 김부겸 민주통합당 후보를 비롯해 여느 총선보다 많은 야권 후보들이 지역주의 벽 허물기에 나섰다. 이들의 호소에 지역 유권자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는 곧바로 연말 대선정국에까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친새누리당 인사들이 주축이 된 무소속 희망연대가 어느 정도 파괴력을 가질지, 낙하산 공천을 받은 새누리당 후보들의 생존율 등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①새누리 중진들의 운명…3·4선 성공 땐 입지·역할 확대

총선 이후 지역 정치권이 구심력을 가질 수 있을지 의문이다. 지난 18대 국회에서 드러난 문제점 가운데 하나가 똘똘 뭉치지 않는 모래알식 정치력이었다. 지역 의원들은 서로 친이'친박으로 갈렸고, 지역 현안(취수원 이전 문제 등)에 따라서도 대립'대결구도를 구축했다. 따라서 19대 국회에선 다선'중진들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대구에선 이한구 새누리당 의원이 당선될 경우 4선 의원으로서 가장 높은 선수를 갖게 된다. 그동안 깃발만 꽂으면 당선되는 대구 정치 1번지 수성구에서 비교적 쉽게 당선됐지만 이번에 야권의 거물(김부겸 민주통합당 후보)과 맞상대에서 승리할 경우 그의 정치적 위상도 함께 제고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지역의 후배 의원들을 단단히 껴안을 리더십을 선보일지는 의문이다.

지역에서 또 한 명의 차기 국회의장단 후보로는 4선에 도전하는 경북의 이병석(포항북) 의원이 꼽힌다. 희소성이 있는 친이계 다선이라는 점에서 중용 가능성도 있다. 다만 평소 지역 의원들과 교류하지 않았다는 평가를 불식시키기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여론이 조성되고 있다.

3선에 도전하는 대구의 유승민'주호영 의원과 경북의 최경환 의원도 19대 입성에서 적잖은 정치적 숙제를 풀어야 한다. 특히 대구의 유승민, 경북의 최경환으로 통하는 이들 두 사람의 친박 핵심 인사들이 19대에도 역할을 계속 확대해 나갈지도 관심사다.

한편 민주통합당 최고위원인 김부겸 의원이 이한구 의원을 누르고 당선될 경우 지역 정치 질서의 큰 변화가 기대된다. 김 의원 개인을 살펴보더라도 당세가 최악인 대구 승리는 누구보다 큰 전리품을 안겨주게 된다. 문재인'정동영 등 쟁쟁한 대선주자들과 어깨를 나란히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민주당 동진정책의 선구자이자 유일한 메신저란 타이틀도 거머쥘 수 있게 된다.

박상전기자 mikypark@msnet.co.kr

②낙하산 공천자 생존율…당선되더라도 뿌리내리기 숙제

새누리당의 '늑장'돌려막기'풍차돌리기식 공천'으로 선거일 3주 전 전략 공천된 대구경북 6명 후보의 당선 가능성은 어떨까.

제수씨 성추행 논란이 인 김형태 후보(포항남울릉)는 당선되더라도 대야, 대국민 캠페인을 벌여야 할 새누리당에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완영 후보(고령성주칠곡)도 성추행사건을 둘러싼 진실공방에 휩싸여 있다. 특히 3개군 여성단체협의회까지 이 후보 사퇴 등을 주장해 후폭풍이 일고 있다. 파문은 선거 후까지 이어질 지도 모른다.

이공계 출신이라는 점이 '플러스'로 작용해 현역 3선인 김성조 의원과의 경선에서 이기고 공천을 받은 심학봉 후보(구미갑)는 구미 출신이 아니라는 공격을 받았지만 안정권으로 돌아선 것으로 보인다.

김희국 후보(대구 중남)는 토종인사 이재용 무소속 후보, '왕차관' 박영준 후보와 대결했다. 남부권 신공항 무산의 주역이라는 비판과 선거구 내의 대표적 전통시장을 헷갈려 하는 등 지역 사정에 어둡다는 공세를 받았다. 권은희 후보(대구 북갑)도 지역을 모른다는 낙하산 논란에 휩싸였다. 주성영 의원의 바통을 이어받은 유성걸 후보(대구 동갑)는 '친구 세습'이라는 비판을 받았으나 '순조로운 조직 인수'로 낙하산 후보 가운데는 비교적 연착륙에 성공한 케이스다. 사무실과 사람까지 친구의 도움이 컸다. 현수막 사진 조작 사건은 옥에 티였다.

서상현기자 subo801@msnet.co.kr

③민주, TK에 첫 깃발? …호의적 여론 표로 나타날까

이번에는 민주당이 대구경북에 깃발을 꽂을 수 있을까? 한 달 전까지만 해도 분위기가 좋았다.

지역민들 사이에선 '무턱대고 한나라당을 밀어줘 봤자 남는 게 없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돌았다. 이명박 대통령의 실정에 대한 비판 여론도 높아졌다. 여기에 새누리당이 공천과정에서 보여준 실망스런 모습은 지역민들의 반발에 기름을 부었다.

새누리당의 연이은 '자책골'에 용기를 얻은 민주당 역시 대구경북 상륙을 위한 비책을 쏟아냈다.

수도권에서 3선 고지에 올았던 김부겸 최고위원이 대구의 정치 1번지 수성갑 출마를 선언하며 선봉에 나섰다. 임대윤(동갑) 전 구청장과 남칠우(수성을) 후보가 힘을 보탰다.

더불어 민주당은 통합진보당과 후보단일화를 성사시키며 '대안세력'으로서의 입지를 다졌다. 무엇보다 민주당은 '수구 꼴통' 이미지 탈피를 염원하는 지역유권자들의 정치적 자존심에 기대를 걸고 있다.

민주당 후보들의 목표는 '당선'이다. 더 이상 '유의미한 득표'에도 만족할 수 없다는 각오다.

김부겸 후보는 "지역 유권자들께서 지역정치권에 경쟁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하고 계시기 때문에 그에 맞는 선택을 하시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이 같은 열정에도 불구하고 각종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지역 민심은 썩 호의적이지 않다.

지역정치권에선 유권자들이 이번 총선과 12월 대통령선거를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선거 결과가 달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박근혜 새누리당 중앙선거대책위원장의 대권가도를 지역에서 지원해야 한다는 여론이 강하게 돌면 민주당의 '이변'도 다음 기회로 미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유광준기자 june@msnet.co.kr

④무소속 희망연대 득표력

'토종TK'라는 무기를 가진 '무소속 희망연대'(이하 희망연대) 후보들의 중앙무대 진출 기회가 열릴 지도 관심사다. '다소 힘에 부친다'는 것이 중론이다. 희망연대 소속으로 나선 후보들은 오태동(대구 동갑)'최종탁(동을)'서중현(서구)'양명모(북갑)'김충환(북을)'도이환(달서갑)'서영득(달서을)'구성재(달성) 후보다.

이들은 대부분 지역에 뿌리 깊은 연고를 갖고 있고 지방의회와 지방행정 경험을 쌓았으며, 오랜 지역 생활로 토착성이 새누리당 후보들보다 상대적으로 강하다는 점을 내세워 지역민심을 파고들었다. 희망연대 소속 도이환 후보가 현역의원인 박종근 의원과의 경선에서 승리한 데 이어 양명모 후보마저 현역의원인 이명규 의원을 꺾을 만큼 지역 내 지지와 조직력을 과시했다. 희망연대 소속은 아니지만 박영준 후보가 현역인 배영식 의원을 경선에서 누른 것도 이들 신인들의 전투력이 만만치 않음을 보여줬다.

이번 총선에서 한 석이라도 건진다면 '깃발만 꽂으면 된다'는 새누리당 일당 독점 논리를 깨는 성과를 거두게 된다. 그러나 이들 대부분이 당선되면 새누리당에 입당하겠다는 뜻을 갖고 있어, 이들의 당선이 갖는 정치적 의미는 크지 않을 전망이다. 다만 출발부터 새누리당의 늑장 공천과 돌려막기 공천 등 새누리당의 오만함에 대한 심판론을 내세운데다 '신공항 추진' 등 지역현안 해결을 제 1과제로 제시해 새누리당 후보들과 차별화를 시도했다는 점에서 새누리당 당선자에게 큰 자극제로는 작용할 전망이다. 국회의원 특권 포기, 지방 공천권 포기 선언 등도 기성 정치권에 숙제를 던져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최창희기자 cchee@msnet.co.kr

⑤지명도 높은 무소속 관심…박영준 이재용 김석기 주목

'무소속 희망연대'에는 참여하지 않았지만 당락에 전국적 관심이 쏠린 무소속 후보들도 있다. 대구 중남구에 출마한 박영준(51)'이재용(57) 후보와 경주에 출사표를 던진 김석기(57) 후보 등이다.

지식경제부 차관을 지낸 '왕차관' 박 후보와 용산참사 당시 서울경찰청장을 지내 진보 진영으로부터 공격을 받기도 한 김 후보는 새누리당 공천에 불복, 무소속 출마를 선택했다. 현 정부에서 승승장구했던 게 오히려 공천장을 받는 데 걸림돌이 됐다는 관측이다. 하지만 선거운동 과정에서 각각 중남구 배영식 의원, 경주 정종복 전 의원을 파트너로 한 무소속 단일화에 성공, 기세를 올렸다.

지난해 대구로 이사를 와 터를 잡은 박 후보는 물 과학연구소 대구 설립, 앞산순환도로 지하화 등의 차별화된 공약을 내걸었다. 그는 "새누리당의 낙하산 공천에 대해 유권자들이 따끔한 선택을 할 것"이라며 "이명박 대통령을 만들었듯 당선되면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에 앞장서겠다"고 다짐했다. 김 후보는 김일윤 전 의원과 백상승 전 경주시장의 지지를 얻어내면서 승리를 자신하고 있다. 그는 "용산 참사 책임론 때문에 낙천됐지만 납득할 수 없다"며 "당선되면 복당해 정권 창출에 반드시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야권 성향으로 평가받는 이 후보는 줄곧 무소속을 견지해왔다. 재선 남구청장과 대구시장 선거 출마 등을 통해 남구의 고정표가 만만찮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그는 "대구를 '닫힌 사회'로 만들고, 경제적 활력이 사라지도록 한 것은 새누리당의 정치 독점 때문"이라며 지지를 호소했다.

이상헌기자 dava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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