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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교영의 의료백과] 의료진과 환자·가족과의 갈등

의료진과 환자 또는 가족들은 치료과정에서 종종 갈등을 겪게 된다. 대부분의 갈등은 치료방법에 대한 이견이나 결과에 대한 불만족과 관련해 주로 발생한다.

환자나 가족들은 신문'방송'인터넷 등의 매체를 통해 질병에 대한 다양하고 깊이 있는 정보를 얻고 있다. 따라서 요즘의 환자나 가족들은 의료진의 의견을 일방적으로 수용하는 입장에서 벗어나 보다 적극적으로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는 의료소비자로 바뀌고 있다. 이에 따라 환자가 선호하는 치료방법과 의사가 권하는 치료방법 간에 선택을 둘러싼 이견과 갈등이 증가하게 된다. 또 소비자주권이 강화되면서 치료결과에 단순히 승복하기보다, 결과가 불만족스러우면 이의를 제기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이런 현상은 우리나라보다 환자 권리가 앞서 발달한 미국에서 먼저 발생하기 시작했다. 미국은 이런 문제를 어떻게 풀려고 했을까? 1990년대 이후 미국에서는 의사와 환자 간의 양방향 커뮤니케이션을 활성화하고, 환자가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토록 유도해 갈등을 줄이려는 시도가 이뤄졌다. 환자가 치료와 관련된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는 기존의 방법은 두 가지 형태였다. 하나는 의사를 통해 구두로 설명을 듣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환자에게 서면 승낙을 받는 것이었다. 하지만 두 방법 모두 환자에게 의사결정권을 준 것이 아니었다. 의사의 결정에 환자가 수동적으로 동의하는 형식이었다. 그래서 갈등의 여지는 여전히 남아 있었다.

'고지된 동의'(informed consent)는 환자가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는 현실적 수단의 하나이다. 고지된 동의의 진정한 목적은 환자가 선택한 치료에 대한 정보를 능동적으로 이해하고, 치료결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데 있다. 결국, 고지된 동의의 핵심은 커뮤니케이션과 참여이다.

고지된 동의를 발전시켜 환자의 적극적 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전략의 하나로 제시된 것이 '공유된 의사결정 프로그램'(SDP, Shared Decision-making Program)이다. 이 프로그램은 1989년 미국 다트머스 의과대를 중심으로 설립된 'The foundation of informed medical decision-making'이란 비영리 연구법인에서 출발했다. 이곳에서 SDP를 동영상으로 제작해 보급한 것이다. 이 동영상은 다양한 치료방안을 선택한 환자들의 동영상과 설명을 담고 있다. 따라서 환자는 동영상을 보면서 다양한 시각과 경험을 접할 수 있고,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는 데 도움을 얻게 된다. 미국에서는 이런 정보교류를 기반으로 환자와 의사 간 커뮤니케이션이 이뤄지면서 의사결정 과정에 환자가 더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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