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27대 0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축구는 골이 그리 많이 나오지 않는 스포츠다. 양팀 선수 22명이 90분 동안 줄기차게 뛰었는데도 1골도 나오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박지성 선수가 뛰는 영국 프리미어리그에서도 2010-2011시즌 경기당 평균 골은 2.80골에 불과했다. 그것도 1967-1968시즌의 평균 골 3.03골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높은 기록이라고 하니 축구에서 1골의 가치가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다. 월드컵은 물론이고 세계 최고의 프로축구 리그인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이탈리아 세리에A에서도 경기당 평균 득점은 2점대에 머물러 있다.

한 경기에서 골이 황당하게 많이 터진 사례도 있다. 2002년 한일월드컵 오세아니아 예선 호주와 미국령 사모아와의 경기에서 호주가 31대 0으로 대승을 거뒀다. 마치 어른들이 초교생들과 동네축구를 한 것처럼 3분이 채 지나기 전에 1골씩 터졌다. A매치(국가대표 간 경기) 최다 골로 기록돼 있다.

축구에서 전무후무한 최다 골 기록은 149대 0이다. 2002년 아프리카 섬나라인 마다가스카르의 프로축구리그에서 벌어진 해프닝이었다. 36초마다 한 골씩 넣었다는 것인데, 득점 후 하프라인에서 다시 시작하는 축구 규칙상 도저히 있을 수 없는 결과다. 심판의 편파 판정에 불만을 품은 팀이 감독'선수들과 미리 짜고 계속 자책골을 넣었기에 '대기록 경신'이 가능했다. 승리한 팀 선수들은 90분간 전혀 뛰지 않고 가만히 서서 구경만 했다고 한다.

대구경북에서도 27대 0의 진기록이 나왔다. 이번 총선에서 대구경북 전 지역구에서 새누리당이 싹쓸이한 데서 나온 말이다. '우리 지역 사람들 대단하다'는 일부의 자화자찬도 있지만, '무슨 축구 경기도 아니고…'라며 우려와 걱정을 표시하는 이들이 훨씬 더 많다. 가뜩이나 외지에 가면 '보수꼴통'이라고 놀림을 받는 판에 이 같은 성적표로는 얼굴 들고 다니기 어렵겠다는 이들도 여럿 있다. 아무리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을 대통령으로 만들고 싶다는 열망이 가득하더라도, 너무 심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야당'무소속 후보에게 1골만 허용해 26대 1이라도 됐으면 얼마나 좋았겠는가. 그것이 대선 판도에 훨씬 더 유리하다. 새누리당에 이렇게 열렬한 성원을 보내놓고 앞으로 그만한 보답을 받을 수 있을지도 궁금해진다. 대구경북인 모두가 한 번쯤 곰곰이 되씹어 봐야 할 문제다.

최신 기사

mWiz
1800
AI 뉴스브리핑
정치 경제 사회
조국 혁신당의 조국 대표는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비상계엄 사과를 촉구하며, 전날의 탄핵안 통과를 기념해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극우 본당을 떠나...
정부가 내년부터 공공기관 2차 이전 작업을 본격 착수하여 2027년부터 임시청사 등을 활용한 선도기관 이전을 진행할 계획이다. 국토교통부는 2차...
대장동 항소포기 결정에 반발한 정유미 검사장이 인사 강등에 대해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가운데, 경남의 한 시의원이 민주화운동단체를...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