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리엄 갬슨 저 (1992, 캠브리지대학 출판부)
정치가 일상적인 대화의 소재인 사람은 드물다. 세상엔 정치 이외에도 재밌고 유쾌한 일들이 많다. 더구나 정치는 이해하기 쉽지 않을 뿐 더러 고매한 인격이나 품격과는 거리가 먼 술수와 꼼수에 능한 자들의 게임으로 비춰진다. 정치가 공적인 어떤 것이며 그것은 사회경제적 자원과 가치를 권위적으로 배분하는, 따라서 개인들의 이해관계와 관련된 중요한 결정이 이루어지는 영역에 있음은 분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견해와 선호가 그 중요한 결정을 좌지우지할 만큼의 힘이 없다는 것도 분명하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정치에 관한 대화를 남의 집 얘기하듯, 아주 가끔 한다.
그래도 선거 때가 되면 좋든 싫든 정치적 선택을 해야 하고, 그를 위한 정보의 수집과 대화도 늘어나게 마련이다. 선거 때만큼이라도 공동체가 지향해야할 가치와 그에 부합하는 정책 공약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성찰, 대화가 이루어지고 그에 따른 선거 참여와 투표 선택이 이루어지는 것이 필요하다.
문제는 정보의 과잉이다. 대부분의 보통사람들에게 너무 많은 정보는 선택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더구나 그 선택이 나의 이해관계와 직접적인 연관이 없어 보인다면 더욱 그렇다. 사람들은 이런 경우 인지적 구두쇠(cognitive miser)일 뿐이다. 말하자면 가장 적은 비용으로 최적의 선택을 하고자 한다.
이것을 가능케 하는 것이 앵커링(anchoring)이다. 선택을 위해 고려해야할 여러 변수들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되는 한두 가지의 기준을 중심으로 요약하는 것이다. 이러한 기준은 정당이나 정치엘리트에 의해 제공된다. 소위 이슈 프레이밍(issue framing)이다. 이슈 프레임은 선택을 위한 핵심적인 가치나 관점을 제공한다. 일반인들의 정치와 관련된 대화와 선택은 그래서 이렇게 제공된 프레임에 대한 찬성과 반대를 통해 이루어진다.
갬슨의 저서 '정치에 대해 이야기하기'는 미국의 보통 시민들의 정치에 관한 대화가 어떻게 이루어지는가에 대한 실증적인 연구다. 그에 따르면 보통 시민들의 정치 관련 대화는 정치엘리트와 언론이 제공하는 이슈 프레임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않는다. 얼마 전 끝난 19대 총선은 어떠했는가? 여당과 야당은 어떤 프레임을 유권자에게 제공했는가? 유권자들은 어떤 프레임을 선택했는가? 8개월 후의 대선을 준비하는 정치인들이 가장 유념해야할 사항이다.
류재성 계명대 미국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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