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오후 대구 중구 동산동 동산의료원 맞은편. 좁은 골목길을 따라 약국 건물 3층으로 올라가자 '동산로뎀쉼터'가 나왔다. 3층 165㎡에는 남녀 샤워실과 주방, 환자용 침대 7개가 있고 4층에는 전문 상담실이 있다. 이 쉼터는 암환자와 보호자들이 짬짬이 쉬거나 머무를 수 있도록 마련된 곳이다. 올해 2월 개소식을 하고 석 달째 방문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지난달부터 쉼터를 이용하고 있는 암환자 이모(53) 씨는 "병원에서 오전에 MRI 검사를 받고 오후까지 검사 결과를 기다리는데 근처에 마땅히 쉴 곳이 없어서 불편했다. 쉼터 덕분에 아픈 몸을 이끌고 집에 돌아가지 않고 편히 쉬다가 검사 결과를 받을 수 있어 참 좋았다"고 말했다.
30대 시민의 후원으로 암환자를 위한 무료 쉼터가 대구에 처음 문을 열어 환자와 보호자들의 안식처가 되고 있다.
동산로뎀쉼터가 생긴 것은 한 시민의 후원 덕택이다. 병원 측은 환자와 보호자들이 대기하거나 편안히 잠잘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 건물을 찾다가 권모(37) 씨를 알게 됐다.
건물주인 권 씨는 병원 앞 빌딩 3, 4층을 쉼터 공간으로 무료로 내줬고 침대와 쇼파 등 시설 구입비와 인테리어 비용 등 3억여원 상당의 비용을 모두 부담했다.
현재 전기료와 가스비 등 시설 운영비도 모두 그가 내고 있다. 권 씨는 "나는 크리스천인데 어느날 기도를 하다가 환자들에게 도움을 주는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먼 지방에서 올라온 외래 환자들이 아픈 몸을 이끌고 병원 근처에 머물 곳을 찾아다니는 것이 항상 마음에 걸렸고 은행에서 대출까지 받아 자금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암환자와 보호자들에게 쉼터는 꼭 필요한 곳이다. 먼 지방에서 온 환자들은 입원하지 않고 항암치료를 받으려면 숙소를 구해야 하고, 보호자들도 대기 공간이 필요하다.
쉼터 이용자들의 만족도도 높다. 난소암 환자 박모(41) 씨는 "몇 년 전 경기도 고양의 국립 암센터에서 치료를 받을 때 종교단체가 만든 무료 환자 쉼터에 머물렀는데 대구에도 이런 쉼터가 생겨서 매우 기쁘다. 한 걸음이 천릿길 같은 환자에게 이곳은 천국과 같은 곳"이라며 활짝 웃었다.
쉼터가 문을 연 뒤 이곳을 이용한 사람들은 60명을 넘어섰다. 최근에는 외국인 환자들도 쉼터를 거쳐갔다. 아내 신장 수술 때문에 러시아에서 온 40대 남성이 일주일간 머물렀고 위암에 걸린 딸의 임종을 위해 대구를 찾은 중국인들이 쉼터에서 지내다 돌아갔다.
암센터 송미옥(57) 운영지원팀장은 "30여 명의 자원봉사자가 밤낮으로 쉼터를 지키고 있어 환자들이 부르면 언제나 달려간다. 한 시민의 순수한 사랑으로 쉼터가 생긴 만큼 이곳을 거쳐가는 환자들도 치유의 기쁨을 얻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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