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성병휘의 교열 斷想] 생활 태도

"솔잎에 상처가 나면 짙은 향기가 퍼집니다. 마찬가지로 상처 없는 사람에게는 향기가 없습니다. 미움, 분노, 좌절, 고통 등을 끌어안고 괴로워하지 마십시오. 그러한 것은 버리면 됩니다. 물론 잘 안 버려지겠지만 그래도 버려야 합니다." 소설가 김홍신 씨는 가톨릭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하며 "뜨거운 잔은 내려놓으면 되는데 왜 두 손으로 꼭 쥐고서 안달하느냐."고도 했다.

사람들은 위치가 높으면 높을수록 그 자리에서 내려오기를 주저하고, 재물을 모으면 모을수록 더 많이 갖고 싶어 한다. 명예와 재물에 집착하는 모습은 어찌 보면 지극히 인간적일 수 있겠지만 그 모든 것을 비우지 않으면 자신을 옭아매는 사슬에 다름 아니다.

'집착'과 '집념'에 대해 알아보자. '집착'은 어떤 것에 늘 마음이 쏠려 잊지 못하고 매달림을 뜻하며 "그는 권력에 대한 집착을 떨쳐 버릴 수가 없었다." "일종의 편집증 비슷한 성벽은 특정한 사람에 대한 지나친 애증의 집착으로 나타났다."로 쓰인다. '집념'은 한 가지 일에 매달려 마음을 쏟음 또는 그 마음이나 생각을 말하며 "그는 꼭 이기고야 말겠다는 집념에 불타올랐다." "어미에 대한 그리움은 아직도 그에게는 떨어 버릴 수 없는 집념이다."로 활용한다.

"나는 난초에 너무 집념해 버린 것이다. 이 집착에서 벗어나야겠다고 결심했다."에서와 같이 '집념'은 긍정적인 일의 계속되는 반복을, '집착'은 부정적인 일의 계속되는 반복으로 구분하면 될 듯하다.

"내 생활 태도가 너무 안이하다는 윤두명의 말은 진실이었다." "안일한 생각을 갖고 대처하는 생각부터가 문제다."

앞서의 문장에 나오는 '안이하다는' '안일한'을 구분해보자. '안이'는 편안할 安(안) 쉬울 易(이)로 너무 쉽게 여기는 태도나 경향이 있다, 근심이 없어 편안하다라는 뜻이다. "문제에 너무 안이하게 대처하다." "그는 잘못을 저지르고도 그 순간만 모면하면 된다는 안이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로 쓰인다. '안일'은 편안할 安(안) 편안할 逸(일)로 편안하고 한가롭다 또는 편안함만을 누리려는 태도가 있다, 무엇을 쉽고 편안하게 생각하여 관심을 적게 두는 태도가 있다는 뜻이다. "나로 말하면 안일한 나날을 흘려보내고 있었다." "작업 현장에서의 안일한 자세는 자칫하면 안전사고를 일으킬 수 있다."로 활용한다. 큰 탈이 없이 편안하고 한가롭다, 또는 그렇게 지내려고 하는 태도가 있다라는 뜻의 '무사안일하다'는 "그는 시를 쓰고 꽃을 가꾸며 그런대로 무사안일하게 사는 데 만족했다."로 쓰인다. '안이'는 너무 쉽게 여기는 태도, '안일'은 아무런 일없이 편안하려는 태도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가끔 집착은 버려야 하지만 안일한 생활 태도도 마찬가지로 버려야 한다. 나 자신의 모습은 어떨까를 한 번 돌이켜보는 한 주가 되어보자.

교정부장 sbh12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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