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옥순은 그릇과 실타래의 이미지와 매체로 삶의 알레고리를 표현하는 작가이다. 독일 유학 시절, 회화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다가 만난 바느질과 실은 작업에 주된 모티브를 제공하게 되고, 이후 그릇의 이미지에 대한 명상을 통해 그 폭과 깊이를 더하게 된다.
귀국 후 작업은 보다 깊이 있고 다양하게 진행된다. 2005년에는 검은 실꾸리로 엮은 북어 설치 작업, 스티치를 넣어 표현한 자화상의 입과 눈에서 실을 흘러내리게 한 작품 등을 선보이고, 2007년에는 전시공간을 해석하여 석회가루와 실타래를 이용한 설치 및 캔버스 위에 그릇을 스티치하고 검은 실들을 늘어뜨린 작품들로 주목을 받았다.
최근의 그의 작업은 캔버스 위에 실이라는 매체를 이용한다. 한 땀 한 땀 실을 격자모양으로 교차시키기 위해 한땀마다 캔버스 뒤에서 앞으로 또는 뒤에서 앞으로 돌아야 하는 과정을 끊임없이 반복해야 하는 것이다.
이것은 작가의 내면 세계의 색에 대한 미니멀적인 표현방법이며 또한 관찰자로 하여금 그녀의 작업에 대한 강력하고도 정제된 상상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라고도 할 수 있다. 서옥순은 인간 본연의 강한 유혹의 욕구를 흑백의 대비로 과감히 줄여 절제하고 있다. 그럼으로써 작가가 표현하고자 하는 내적 상태를 최대한의 강렬한 의미로서 전달하려고 하는지도 모른다.
실들의 무수한 교차에 의한 화면의 평면적인 단순함 위에 시각적 환영을 불러일으키는 그의 유현한 예술세계는 관객들의 발길을 멈추게 한다.
차우철AA 갤러리 대표
▶ 서옥순 작-불가능해 보이는 것들에 대한 많은 생각. 2011년작. 150×150㎝. 아크릴, 실, 바니쉬. ~5월 12일 053)768-47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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