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유통 '역발상'…금기를 깨라

돼지고기 코너에 상추…화장품, 1층서 지하로

매출 상승을 위해 정육 코너 옆에 상추를 진열한 모 유통업체. 지역 유통가가 불황을 뚫고자 고정관념 파괴에 나서고 있다.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매출 상승을 위해 정육 코너 옆에 상추를 진열한 모 유통업체. 지역 유통가가 불황을 뚫고자 고정관념 파괴에 나서고 있다.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불황 속 유통가에서는 '금기'를 속속 깨고 있다.

매장 진열대에 다른 품목끼리 동거를 시작하는가 하면 파격적인 매장 구성 등으로 소비자의 지갑을 여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특히 고품격을 지향하던 백화점마저 닫힌 소비 심리 탓에 반값 TV 등 저가 공세를 펴고 있다.

동아백화점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대규모 매장을 재구성했다. 백화점 간판으로 통하던 가전 매장 철수에 이어 얼굴 마담격인 화장품 매장도 잇따라 철수시켰다. 대신 생활잡화 등으로 1층을 채웠다.

롯데백화점도 '화장품 매장은 1층'이란 상식을 깨고 화장품 매장을 지하 1층으로 내렸다. 백화점에서 화장품 매장은 1층에 위치하는 게 불문율. 1층에 들어서자마자 풍기는 향수 냄새와 화장품 매장 특유의 서비스로 방문객의 시선을 잡아야 구매욕이 상승하기 때문이다. 통상 지하 1층은 보통 식품 매장이 위치한 곳이어서 화장품 매장과 잘 맞지 않는다는 고정관념이 자리하고 있었다.

롯데백화점 대구점 김병주 화장품 파트리더는 "우려를 깨고 화장품 매장을 지하로 입점시켰지만 도시철도와 연계된 접근성이 극대화돼 젊은 고객 유입이 계속해서 늘고 있다"고 밝혔다.

현대백화점 역시 발상을 전환했다.

통상 스포츠 의류와 아웃도어 매장이 같은 층에 있는 게 보통. 하지만 현대백화점은 아웃도어 매장을 남성의류 매장으로 옮겼다.

일부 백화점이 앞당겨 시작한 봄 세일 역시 파격적이란 분석이다.

대구백화점과 동아백화점은 예전보다 봄 정기 바겐세일을 한 주 빨리 시작했다.

업계 관계자는 "백화점 봄 세일기간은 보통 일치하지만 백화점 고유의 마케팅 전략과 밀착화를 위해 세일 기간을 달리하는 경우가 생겨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마트는 아예 궁합 맞는 상품을 함께 매장에 진열하고 있다.

생선회 매장에 와인, 정육 코너에는 상추, 세탁기 매장 내에 세제 등을 함께 진열해 판매하는 방식이다. 얼핏 보면 궁합이 맞지만 유통가에선 수용하기 힘든 상품 진열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매출 경쟁 관계에 있는 각 업체나 담당자가 자신의 영업공간을 다른 곳에 내어주는 것은 찾아보기 힘든 일이며 점장도 쉽게 지시할 수 없는 영역"이라며 "매출 상승을 위해 '금기의 벽'을 허물어뜨린 것"이라고 말했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