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가락만 움직이는 운동이라고요? 10년 운동 한 번에 다 할 수도 있는 스포츠라는 건 몰랐죠?"
모형항공스포츠는 한마디로 '모형 비행기를 하늘 높이 날리며' 즐기는 스포츠다. '모형 비행기를 띄우고 조종기를 손에 쥐고 조종하는 게 무슨 운동이 되느냐'고 할 수도 있지만 여기엔 오해가 없지 않다. 모형항공스포츠는 대한체육회 준가맹단체이고 대부분 시도 생활체육회에도 가입돼 있으며 전국체전에서도 동호인 종목으로 매년 대회가 열리는 스포츠다. 게다가 무동력 모형 비행기의 경우 운동량이 상상 이상이다.
모형항공스포츠의 세부 종목은 20개가 넘지만 크게 동력과 무동력으로 나눌 수 있다. 속도 경기, 체공 경기 등 즐기는 방법과 종목 종류도 다양하다. 헬리콥터 등을 동력으로 띄워서 날리는 F3A, F3C 등 활동량이 적은 종목도 있지만 무동력 비행기의 경우 운동량이 엄청나 진이 다 빠질 정도다.
무동력 비행기는 육상 종목 중 하나인 해머던지기처럼 동체를 잡고 빙빙 돌면서 원심력을 이용해 하늘 높이 던져 올려 최대한 오랫동안 하늘을 날게 하는 종목이다. 그런데 무동력인 만큼 체공 시간이 길지 않아 계속 즐기려면 여러 번 던져 올려야 하는데 20번 정도 던지고 나면 몸살이 날 정도라는 것.
이는 동력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사람이 직접 던져 올릴 수밖에 없고, 모터 없이 바람을 이용해 날리기 때문에 체공시간도 길지 않아 더욱 힘과 기술의 차이를 즐길 수 있는 종목이기도 하다. 아스팔트의 뜨거운 상승기류만을 이용해 하늘 높이 던져 올리기 때문에 금방 떨어지기 일쑤지만 10분 이상 비행을 하는 사람도 있다. 또 높이 던질 경우 상공 70m까지 올라가기도 한다.
특히 산꼭대기에서 상승기류를 이용해 날리는 F3B 종목 등의 경우 비행 중 갑자기 바람이 줄어들면 추락하기 때문에 산 정상에서 60도나 되는 경사를 타고 내려가 비행기를 찾는 경우도 많아 산사람이 다 될 정도다. 산길을 걷는 일반 등산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힘들다는 것. 없는 길을 만들어 수색하는 특전사처럼 3시간 정도 '서바이벌' 등산을 하고 나면 '10년 할 운동 다했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모형항공스포츠를 즐기는 동호회가 전국에 수백 개가 되지만 전국 최대, 최고 동호회는 대구에 있다. 바로 '알바트로스 비행클럽'으로, 2004년 새로 출범했지만 대구모형클럽(TNC)이란 이름으로 40년 전부터 활동해오다 이름을 바꾼 만큼 전국적으로도 역사와 전통을 자랑한다.
회원 수는 50여 명으로, 6세부터 60대 중반까지 연령대도 다양하다. 이들은 매주 토'일요일과 휴일 등 쉬는 날이면 대구유통단지 뒤쪽 검단금호강변 활주로(160×50m)를 찾아 모형 비행기를 날리는데 매번 모이는 회원이 평균 30명 안팎이 될 정도로 활동이 활발하다.
전국에서 가장 많은 종목을 소화하는 동호회로 유명하기도 하다. 실제 헬기, 비행기 등 특정 한 종목만을 대상으로 모이는 동호회가 많지만 알바트로스 비행클럽은 거의 전 종목을 소화하는 전국 유일의 동호회라는 것. 또 국가대표로 세계대회에 출전해 입상할 정도의 수준에 오른 회원도 있는 등 모형 항공과 관련해선 전국에서 최고로 손꼽히는 동호회 중 하나다.
실제 이들은 동호회 차원에서 홍콩, 대만, 싱가포르, 호주, 독일, 프랑스 등 해외 선수 100여 명이 출전하는 '타이푼 레이스'라는 세계 대회를 2007년과 2009년 두 번이나 개최했고, 올 12월에도 대회 개최를 준비하고 있다.
알바트로스 비행클럽 회원이자 한국모형항공협회 분과위원장이기도 한 한성호(54) 씨는 "비행기 동체는 물론 부품도 모두 실제 제트기와 형태, 기능이 똑같은, 말 그대로 '축소 비행기'여서 이를 직접 만들어 날리면 그 희열과 짜릿함은 말로 설명할 수가 없을 정도"라며 "국제대회까지 개최할 수 있는 동호회의 규모와 노하우가 있고, 항공 관련 각 분야 전문가들도 있어 서로 돕고 지식을 나누다 보니 동호회 수준이 점점 높아지고 잘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모형항공스포츠엔 항공역학, 유체역학, 전자통신, 기계공학, 전기공학, 접착제 등 많은 분야에서의 깊이 있는 지식이 필요한데 이들 관련 전문가가 다 모여 있는 게 이 동호회의 장점 중 하나다.
사실 어려운 스포츠다 보니 취미치고는 여간 골치가 아프지 않다. 알아야 할 분야도 너무 많고 1천개가 넘는 부품 중 하나만 잘못돼도 추락하기 때문에 머리가 아프지만 그래서 더욱 재밌고 매력 있다. 이승현(50) 알바트로스 비행클럽 회장은 "어렵기 때문에 관심과 열정이 있어야 지속할 수 있다. 혼자 즐기는 경우도 있지만 함께 배우고 공유하며 즐겨야 오랫동안 재밌게 할 수 있다"며 "모형비행기 가격은 5만원에서 수백만원까지 다양하고 평균 50만~60만원대를 많이 애용하지만 모형 항공을 좋아하기만 하면 어떤 비행기라도 상관없이 함께할 수 있다"고 했다.
모형항공스포츠의 최대 장점은 스트레스 해소와 성취감이다. 1천 개가 넘는 부품을 구입해 공부해서 직접 조립한 비행기가 하늘을 날 때의 그 희열과 쾌감은 상상을 초월한다는 것. 알바트로스 회원인 한국모형항공협회 지도조종자 황병철(53) 씨는 "2차원 세계인 땅에서 3차원 세계인 하늘을 나는 비행기를 내 맘대로 조종할 수 있다는 성취감이 엄청나다"며 "어떤 고민이 있어도 비행장에 나가는 순간 다 잊게 된다. 잡념을 없애고 스트레스를 푸는데 이만한 것이 없다"고 모형항공스포츠 예찬론을 폈다.
또 푸른 하늘을 보면서 즐기는 스포츠다 보니 마음의 평안을 얻을 수 있고 학생의 경우 공부에 도움이 되는 것도 장점 중 하나다. 국내외 대회에서 입상하면 항공 관련 대학이나 학과에 특채되는 등 대학 입학에도 큰 도움이 된다는 것.
이처럼 대구가 모형항공스포츠와 관련해 전국 최고를 자랑하지만 아쉬운 점도 적잖다. 전국 대부분 지역에선 모형항공스포츠가 생활체육회에 가입돼 있는데 대구는 아직 미가입 상태다.
또 서울, 밀양 등 다른 도시에는 지자체 차원에서 만들어준 진짜 비행장 같은 아스팔트나 시멘트 활주로가 있지만 대구에는 없다. 대구는 동호회원들이 십시일반 돈을 내 30년 동안 만들어온 검단금호강변 활주로가 있지만 마사토로 다진 활주로여서 비행기를 날리고 대회를 치르는 데 한계가 있다.
특히 올해 대구에서 열리는 대구전국체전 때도 전국에서 1천여 명의 선수들이 참가하지만 대회를 개최하기에 비행장 시설이 너무 열악한 실정이다. 이승현 회장은 "전국 규모의 대회를 유치하려 해도 시설이 안 돼 추진 못하는 실정"이라며 "대회를 열면 1천 명이 넘는 선수가 참가하는 등 파급 효과가 큰데 지자체에서 너무 관심이 없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전문] 한덕수, 대선 출마 "임기 3년으로 단축…개헌 완료 후 퇴임"
이준석, 전장연 성당 시위에 "사회적 약자 프레임 악용한 집단 이기주의"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
野, '피고인 대통령 당선 시 재판 중지' 법 개정 추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