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역사 속의 인물] 친나치'인종주의자 찰스 린드버그

유명인은 자신이 잘 모르는 분야에 대해서는 신중해야 한다. "미국산 쇠고기를 먹느니 청산가리를 먹겠다"고 한 '개념 연예인'처럼 멋모르고 말해서는 안된다. 1927년 오늘 사상 최초로 대서양 단독 횡단비행에 성공한 찰스 린드버그(1902-1974)도 꼭 그 꼴이다.

비행은 전문가였지만 국제정세에는 깡통이었다. 그는 나치의 실체를 전혀 몰랐다. 괴링의 초청으로 독일 공군을 둘러보고 그들의 기술력에 감탄해 나치 숭배에 빠졌다. 1938년에는 독일로부터 훈장을 받기도 했다. 그는 또 인종주의자, 반유대주의자이기도 했다. 나치가 주장한 인종의 순결을 지지했고 나치에 대항해 미국이 소련과 동맹하느니 독일과 동맹해서 소련과 맞서 싸워야 한다고 했다. 그의 반전주의는 이와 무관치 않다. 반전단체인 '미국 우선위원회'의 실질적 대표로 활동하며 미국 내 유대인들이 미국의 참전을 부추기고 있다고 주장했다.

아시아계 인종에 대해서도 매우 적대적이었다. "세계에 존재하는 위험은 단 한가지, 황색인종에 의한 위험뿐이다. 백인종이 중대한 위협을 받는다면 우리 자신을 수호하기 위해 영국인, 프랑스인, 독일인이 힘을 합쳐 싸우게 될 날이 올 것이다." 이것이 미국의 일그러진 비행영웅의 모습이다.

정경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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