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마주잡은 식품업계 "잘해 봅시다"

장기 불황 속 제휴업체 성행

식품업계가 불황을 타파하기 위한 짝짓기에 나서고 있다. 자사 제품의 매칭, 해외업체와의 제휴는 물론 경쟁업체 간 업무 공조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식품업계가 불황을 타파하기 위한 짝짓기에 나서고 있다. 자사 제품의 매칭, 해외업체와의 제휴는 물론 경쟁업체 간 업무 공조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매출 상승 위해 경쟁업체와도 손잡는 식품업계'

식품업계가 짝짓기로 불황 이기기에 나서고 있다. 통상 식품업계에는 새로운 제품을 선보이고 나면 얼마 뒤 미투(Me-too) 제품이 나오고 경쟁업체 비방 마케팅이 성행하는 등 판매 경쟁이 치열하지만 최근에는 시장 위축으로 경쟁사 간 협력이 늘고 있는 것. 자사의 제품도 적절한 매칭을 통해 매출 증대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시장 공략위해 적과의 동침

식품업계에 장기 불황이 지속되면서 라이벌 업체와의 협력도 이어지고 있다.

국내 커피시장의 양대산맥 중 하나인 동서식품은 2006년 커피전문점 스타벅스와 제휴를 맺었다. 동서식품은 스타벅스 프라푸치노 병커피, 스타벅스 디스커버리즈 컵커피, 스타벅스 더블샷 캔커피 등을 생산하고 있다.

음료시장의 라이벌 웅진식품과 풀무원식품도 2008년부터 올 2월까지 생수로 인연을 맺고 있다. 풀무원식품이 생산한 생수를 웅진식품의 대리점망을 통해 전국 슈퍼마켓에 판매하는 방식이다. 웅진식품은 풀무원샘물의 500㎖ 페트병 생수를 전국 슈퍼마켓에 공급했다. 현재 풀무원샘물은 베지밀을 생산하고 판매하는 정식품이 공급하고 있다.

프랑스의 다논은 발효유 액티비아의 국내 진출을 위해 경쟁 상대인 서울우유에 위탁판매를 맡겼다. 서울우유는 동서식품과 마찬가지로 스타벅스의 컵 제품 커피음료를 생산하고 있다.

중견업체들과 지역업체들 간의 상생을 위한 적과의 동침도 많다. CJ제일제당은 지난해부터 충북 제천의 '대강 소백산 막걸리', 경남 창녕 우포의 '우포의 아침', 전북 전주주조의 '전주 생막걸리' 등 3종의 막걸리를 위탁판매하고 있다. 또 강원도의 '전두부', 전남 여수의 '돌산갓김치', 충북의 '대추고추장' 등 지역 식품브랜드와도 제휴를 통해 판매를 돕고 있다.

◆국경 없는 식품업계 짝짓기

식품업계 간 제휴는 국경도 넘나들고 있다. 매일유업'풀무원'해태제과'삼립식품 등이 해외 기업과의 제휴를 통해 신제품을 내놓고 있다.

매일유업은 지난해 일본 고베의 80년 전통 장인기업 MCC와 전략적 제휴를 통해 'MCC고베식당' 4종을 출시했다. MCC의 장인 정신을 따라 원재료의 크기와 향, 영양소를 카레에 담고 냉장공법으로 맛과 품질, 신선함을 살렸다.

풀무원도 올 1월에 '간사이 어묵'을 출시한 뒤 자사 어묵제품 중 20% 정도의 매출을 차지할 정도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간사이 어묵은 120년 역사의 일본 간사이(關西) 지방의 대표 어묵기업인 '후지미츠'사와의 기술 제휴를 통해 탄생한 제품으로 기존의 어묵과 원료, 제조기술 등을 한 단계 높였다. 일본 전통 어묵을 간편하게 즐길 수 있다는 것이 이 제품의 강점이다.

해태제과는 2009년 세계 최대 초콜릿 원료 공급업체인 '발리 깔레보'와 국내 원료독점 계약을 체결하고 유럽식 프리미엄 초콜릿 '발리(BALLI)' 2종을 판매하고 있다. 이들 제품은 국내 초콜릿 제품의 품질을 유럽 프리미엄급 수준으로 올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 밀크초콜릿 시장 점유율을 20%대까지 끌어올릴 정도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자사 제품 간 짝짓기가 매출의 일등공신

풀무원은 '쉐프메이드-오리엔탈드레싱'을 두부와 결합해 판매한 결과 드레싱 매출이 지난해 대비 2배까지 상승해 드레싱 부문 매출 1위를 차지했다. 풀무원은 시리얼 '뮤즐리'도 냉장두유 '소야밀크'를 함께 묶어서 판매하는 전략을 쓰고 있다.

대상도 '로제 스파게티소스'와 스파게티 면을 한데 묶어 할인된 가격에 판매하고 있다. '로제 스파게티소스'의 인기가 높아짐에 따라 기획한 것으로 스파게티 면과 소스를 같이 구입하는 소비자가 많아 동반 매출상승 효과를 거뒀다.

소비자들의 요구에 따라 손을 잡는 경우도 등장했다. 보드카와 크랜베리 주스를 섞어 마시는 것이 유행이 되면서 오션스프레이 크랜베리주스의 국내 판매량 20%가 주류 판매업체에서 소비됐다. 신세계유통은 에드링턴 코리아가 수입하는 스카이보드카와 오션스프레이 크랜베리주스의 공동마케팅을 추진하고 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식품업계에도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비용을 절감하고 소비자 취향에 맞는 제품을 만들기 위한 업체 간 제휴가 몇 년 간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며 "같은 종류의 식품으로 경쟁관계에 있는 업체들도 서로 공생을 도모하면서 시장 자체를 키우려는 노력을 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도 적과의 동침은 업계 트렌드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봄이기자 b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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