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공중 화장실은 '공포' 화장실?

남녀 구분 없는 곳 상당수…몰카 등 범죄위험에 노출

대구 남부경찰서는 지난달 남구 대명동 한 주점 화장실에서 옷을 갈아입던 여성을 스마트폰으로 촬영한 회사원 A(24) 씨를 붙잡았다.

A씨는 옆 테이블에서 술을 마시던 20대 여성이 화장실에 가는 것을 보고 뒤따라가 스마트폰을 이용해 칸막이 너머에 있는 여성을 촬영했다. 이상한 낌새를 챈 여성이 고함을 지르며 도망나오자 함께 있던 지인이 경찰에 신고했다. 이 화장실은 남녀가 출입구를 함께 사용하고 칸만 분리된 화장실이었다.

이달 20일 저녁 남구 대명동 서부정류장 내 여자화장실. 칸마다 외부가 보이는 큰 창문이 설치돼 있었고, 일부 창문은 아예 열려 있었다. 창문 너머로 버스를 타기 위해 오가는 승객들이 보였고 건물 바깥에서 화장실 가까이 가자 한 여성이 급히 창문을 닫는 모습이 목격됐다.

시민 서모(29'여'대구 동구 신암동) 씨는 "일부 공중화장실은 환기를 위해 열어놓은 창문이겠지만 누군가 내부를 볼 수 있다는 두려움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대구시내 일부 개방화장실과 다중이용업소의 화장실이 출입문을 남녀가 함께 쓰거나 외부에서 들여다 볼 수 있어 여성들이 불안해 하고 있다. 화장실 내 남녀 칸막이가 있지만 위'아래가 트여 있거나 외부에서 창문을 통해 안을 들여다 볼 수 있어 '몰래카메라' 등의 범죄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대구시가 지정한 공중화장실은 2천362개로 개방화장실은 공공시설 1천19개, 민간시설 511개다. 하지만 이들 중 일부는 남녀 출입구가 같다. 공중화장실법에는 남녀 화장실을 분리해야 한다는 규정만 있을 뿐 '어떻게 분리해야 한다'는 규정이 없는 탓이다. 이 때문에 같은 공간이더라도 남녀 칸만 달리하면 규제할 방법이 없다.

실제 중구 동인동 모 주유소의 경우 화장실이 구석진 곳에 있는 데다 출입구가 한 곳밖에 없다. 남성이 여성화장실을, 여성이 남성화장실에 들어가더라도 외부에서는 확인할 수 없었다.

달서구 본동 모 주유소도 남녀 화장실이 같은 공간에 있었다. 남성소변기 옆에 여성용 칸이 있지만 칸막이가 높지 않아 신장이 큰 남성은 안을 들여다볼 수 있다.

대학생 지주현(25) 씨는 "공중화장실을 찾을 때는 남녀 칸이 구분돼 있더라도 몰래카메라가 있을까봐 두리번거린다"며 "칸막이 바깥쪽에 남자가 있을 땐 괜히 불안한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음식점, PC방, 노래방 등 다중이용시설의 화장실도 마찬가지다. 김명순(52'여'수성구 황금동) 씨는 "음식점이나 노래방에 있는 남녀 공용화장실은 출입하기 꺼려진다"며 "화장실 성범죄 위험을 예방할 수 있도록 행정기관이 시설 개선과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대구시와 각 구'군 관계자는 "민간개방화장실은 개인 소유의 화장실인데다가 예산 집행은 구청의 업무라서 칸막이 막음장치를 특별히 고려하지 않고 있다. 예산이 부족하고 담당 공무원도 자주 교체돼 공중화장실 관리에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이지현기자 everyda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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