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가로수 진딧물의 습격… 달서구 일대 새까맣게 점령

장기·성당·월성동 일대 중국산 단풍나무, 상가에도 침입 손님들 화들짝

대구 달서구 일대에 식재된 중국산 단풍나무에서 진딧물과 수액이 방출돼 행인과 차량, 상가에 피해를 주고 있다. 성일권기자
대구 달서구 일대에 식재된 중국산 단풍나무에서 진딧물과 수액이 방출돼 행인과 차량, 상가에 피해를 주고 있다. 성일권기자

25일 오후 대구 달서구 장기동 먹자골목 입구. 음식점과 주점이 들어선 150m 길이의 도로 양쪽 인도에는 중국산 단풍나무 40여 그루가 심어져 있다.

나무 아래 주차된 차량의 보닛과 앞유리, 상판은 나무에서 떨어진 진딧물과 수액으로 엉망이 돼 있었다. 또 바람이 불면 가로수에서 진딧물과 수액이 날려 행인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이곳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이국로(54) 씨는 "가게 문을 열어놓으면 안으로 진딧물이 날아 들어와 손님들의 불만이 많다"며 "가게 바로 앞에 진딧물이 나오는 가로수가 있어 피해가 많다"고 말했다.

유아용품점을 운영하는 서정희(39'여) 씨는 "봄만 되면 수액이 날려 가게 앞에 주차하지 않고 가로수가 없는 먼 곳에 주차한다"며 "차 유리에 수액이 묻으면 워셔액으로도 안 지워져 세차를 해야만 한다"고 불평했다.

비슷한 시각 달서구 성당동 금봉네거리. 이곳에서 상서여자정보고등학교까지 100m가량의 인도에는 중국산 단풍나무 20여 그루가 심겨져 있고 나무줄기에는 진딧물이 수십 마리씩 붙어 있다.

일부는 인도에 떨어져 지나가기가 꺼려질 정도다.

달서구 일대에 식재된 중국산 단풍나무 가로수에서 방출되는 진딧물과 수액 때문에 주민들의 불편이 크다. 주민들은 진딧물이 떨어져 단풍나무 밑을 걷기가 꺼려지고 단풍나무 인근 상가의 매출에도 악영향을 받고 있다는 것.

슈퍼마켓를 운영 중인 전영옥(46'여) 씨는 "진딧물 때문에 슈퍼 입구 위에 친 가리개가 엉망이 돼 얼마 전에 교체했다. 교체한 지 한 달도 되지 않았지만 진딧물 때문에 벌써 많이 망가졌다"고 불평했다. 주민들은 구청에 가로수 교체를 수차례 요구했지만 원하는 답변을 얻지 못했다.

화가 난 주민들은 단풍나무를 의도적으로 훼손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먹자골목에서 식당을 하는 한 상인은 "나무에 못을 박아 죽인 다음 구청에 나무를 베어달라고 신고한 업주도 있었다"고 말했다.

주민들의 불만이 빗발치자 구청은 진딧물의 천적인 무당벌레 유충을 풀고 살충제를 뿌리지만 별 효과를 얻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무당벌레 유충이 흉측하게 생겨 시민들에게 혐오감마저 주고 있다.

이에 대해 달서구청 관계자는 "중국산 단풍나무가 국내산보다 가격이 저렴해 가로수로 많이 심었다"며 "중국산 단풍나무에 진딧물 많이 끼는 것은 사실이지만 주민들에게 실질적인 피해는 주지 않기 때문에 교체는 힘들고 방역에 좀 더 신경을 쓰겠다"고 해명했다.

김항섭기자 suprem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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