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갓바위 부처님

갓바위 부처님은 간절히 기도하면 한 가지 소원은 꼭 들어주신다고 알려져 있다. 그 영험함에 각지에서 연간 5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찾아와 기도한다. 특히 입시철이면 갓바위 기도 자리는 인산인해를 이룬다. 통계자료가 없으니 확언하기 어렵지만, 갓바위 부처님 앞에 엎드려 기도를 올렸던 사람의 자녀가, 그렇지 않았던 사람의 자녀보다 수능 시험을 더 잘 쳤을 것이다.

부처님 앞에 엎드려 기도했기 때문에 성적이 좋다기보다, 부모가 성심을 다할 만큼 그 자식이 오랜 날들 열심히, 수고롭게 공부했기 때문일 것이다. 자식이 게으름 피우고, 놀기만 했다면 부모가 수고롭게 갓바위 부처님을 찾아가 기도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니까, 기도의 영험함은 기도 행위 자체가 아니라, 그 기도가 있기까지의 정성과 끼끗함에서 기인한다.

몇 년 잠잠했는데, 팔공산 시설지구와 갓바위를 연결하는 케이블카 건설을 놓고 다시 논란이 일고 있다. 케이블카 설치에 찬성하는 쪽은 거동이 불편한 노인과 장애인들에게 접근 기회를 주고 불교 명승지를 세계에 잘 알릴 수 있다고 주장한다. 반대하는 쪽은 환경 파괴와 불교 문화의 대표적 상징물을 단순한 관광거리로 만들려는 발상이라고 주장한다. 찬성하는 쪽은 사업성에 무게를 두고 있고, 반대하는 쪽은 본래의 가치 보존에 무게를 두고 있기도 하다. 양쪽 모두 장단점이 있으니 어느 한쪽만 옳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갓바위는 대구 시설지구 쪽에서 걸어 올라가면 약 40~50분, 경산 쪽에서 올라가면 약 20분이 걸린다. 각자의 건강상태에 따라서 이 길이 천 리처럼 멀고, 태산처럼 높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기도의 영험함은 그 과정에 있지, 기도라는 동작에 있지 않다. 가쁜 숨과 땀을 흘리며 힘겹게 산을 오르는 행위 자체가 곧 기도인 것이다. 멀고 힘들게 느껴질수록 그 기도는 더 깊고 신성할 것이다.

케이블카를 타고 우르르 올라가서 이것저것 소원을 늘어놓아도 갓바위 부처님이 들어주실까. 그렇게 행한 기도에 지극정성이 담겨 있다고 할 수 있을까. 그러다가 한 가지 소원은 꼭 들어주신다는 갓바위 부처님의 영험함마저 훼손되는 것은 아닐까.

적게 잡아도 500만 명, 많을 땐 1천만 명이 매년 갓바위를 다녀간다고 한다. 이만하면 충분하지 않을까? 더 많은 사람이 찾아오기를 바라는 마음은 '소원'이 아니라 '욕심'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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