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배워야 미래 있다" 中企 CEO는 열공

이론 공부, 대학·대학원 진학 트렌드 탐구 세미나마다 북적

대구지역 중소업체 경영자들이 단수 제조에서 벗어나 기술을 키우기 위해 공부에 열을 올리고 있다. 21세기 대구경제포럼에 지역 경영자들이 참석해 경제 환경 변화에 대해 듣고 있다. 대구상공회의소 제공
대구지역 중소업체 경영자들이 단수 제조에서 벗어나 기술을 키우기 위해 공부에 열을 올리고 있다. 21세기 대구경제포럼에 지역 경영자들이 참석해 경제 환경 변화에 대해 듣고 있다. 대구상공회의소 제공

왜관에서 농기계를 제조하는 이모 대표는 체육대 출신이다. 어릴 적 운동선수가 되고 싶다는 꿈을 찾아 체육대를 졸업했지만 가업을 물려 받으면서 최근 다시 대학에 입학, 기계학과를 다니고 있다. 이 대표는 "처음에는 영업과 제조, 두 분야만 알면 됐지만 지금은 하나라도 더 배우고 연구해야 회사의 미래를 장담할 수 있다"며 "대학원에 입학해 농기계 분야를 더욱 전문적으로 배울 생각이다"고 말했다.

대구지역 중소기업 경영자들이 공부에 열을 올리고 있다.

산업 구조가 복잡해지고 첨단 제품이 쏟아지면서 기업부설연구소 설립은 물론 전문 지식 습득을 위해 대학이나 대학원에 진학하는 CEO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북구 산격동에서 피팅제품을 제조하는 세광하이테크의 이욱진 대표는 경영학을 전공했지만 또 다시 대학을 다니고 있다. 회사가 성장하면서 제품 제조에 대한 이론적인 지식을 배우기 위해서다.

이 대표는 "회사를 운영하면서 제품 제조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지만 직원들에게 설명하고 부설연구소와 회의를 하기 위해서는 제대로 깨우쳐야 한다는 생각에 기계학과를 다시 들어갔다"고 말했다.

중소기업 기술혁신협회(이노비즈) 최계희 대구경북지회장은 "동종업계 경영자까리 작은 세미나를 열고 새로운 분야에 대해 배움을 가지는 경우도 늘고 있다"며 "얼마 전 열린 글로벌포럼에도 세계적인 석학을 보기 위한 경영자의 참가 열기가 엄청났다"고 말했다.

만학도 경영자가 느는 이유는 기업부설 연구소의 증가도 한몫을 한다. 기술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연구소를 만들면서 이를 뒷받침하는 경영자의 능력도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대구상공회의소에 따르면 2012년 현재 대구지역 내 기업부설연구소는 535곳으로 나타났다. 2009년(492곳)에 비해 8.7% 늘어난 것. 특히 대구경북의 섬유 기업부설연구소는 2005년 38개에서 지난해 132개로 4배 가까이 늘었다.

대구경북기계공업협동조합 장충길 상무는 "지난 1980, 90년대 지역 제조업체들은 단순히 주문을 받고 제품을 생산만했지만 지금은 스스로 '기술'을 개발하고 신제품을 만들어야 성장할 수 있다"며 "기업부설연구소 설립은 생존을 위해 자연적인 현상이 됐고 경영자의 능력 향상도 뒤따른 것이다"고 설명했다.

경영자의 만학열기에 대해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이강원 대경지역본부장은 "기업의 경쟁력은 '기술'이고 결국 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경영자가 지속적으로 자신을 갈고 닦아야 한다"며 "경영자의 학구열은 지역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한단계 업그레이드 시키는 좋은 현상이다"고 말했다.

노경석기자 nk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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