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가을 10년 키우던 개가 죽은 뒤 집안 분위기가 썰렁했어요. 애들도 다 커서 모두 제 방에서 컴퓨터와 휴대폰을 갖고 지내 가족 간 대화가 거의 없었어요. 거의 절간 같았어요. 그러나 새콤이가 온 후 달라졌어요. 가족 간 대화의 시간도 늘었고 웃는 일들이 많아졌어요."
"아이고 내 새끼, 새콤이!"
박기순(55·여·대구시 북구 복현동) 씨는 반려견 시추를 이렇게 부른다.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재롱을 떠는가 하면 아이처럼 품에 안기는 시추가 그렇게 예쁠 수가 없다.
두 달 전만 해도 새콤이는 거리를 떠돌던 개였다. 어미와 함께 2010년 12월 길에서 배회하던 중 구조됐다. 오랫동안 굶은 새콤이 엄마는 보호소에 입소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죽었다. 이후 새콤이는 보호소에 있다가 올 4월 초 박 씨 집으로 입양돼 들어왔다. "처음 새콤이를 봤을 때 때가 시커멓게 덕지덕지 묻어 있는 등 상태가 좋지 않았어요. 그렇지만 눈만은 초롱초롱해 보였어요."
'새콤이'는 두 살 된 시추 암컷이다. '새콤이'란 이름은 털이 유달리 새카매서 붙여졌다. 그러나 현재 새콤이는 신수가 훤해졌다. 새카만 털은 거의 없어졌고 얼굴도 밝아졌다.
개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기자가 이달 12일 박 씨의 집을 방문했을 때도 새콤이는 처음 보는 기자에게 꼬리를 흔들며 반겨주었다. 첫인상도 순해 보였다. 그만큼 새콤이는 순둥이다. 여간해서 까탈도 부리지 않는다. 그리고 잘 짖지도 않는다. 애교만 떨 뿐 개 본연의 임무(?)를 망각한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들 정도였다.
새콤이의 또 다른 별명은 '엄마바라기'. 엄마만 쳐다보기 때문이다. 다른 식구들이 안고 있어도 엄마만 쳐다본다. "집안의 실세를 아는 모양이지"라며 박 씨는 빙그레 웃는다. 그리고 새콤이는 항상 엄마 옆에서 잔다. 요즘은 날씨가 따뜻해 이불을 깔지 않고 바닥에서 그냥 잔다고 했다.
"퇴근해서 집에 들어올 때 꼬리를 치면서 달려오면 정말 반갑고 예쁘지요. 이 맛에 키우는 것 같아요."
다소 까칠한 성격의 딸 양정화(31) 씨도 새콤이가 온 후 마음의 여유가 생겼다고 했다. "꼭 새콤이 때문은 아니지만 10년 전부터 개를 키웠는데 많은 도움이 됐어요. 참 애교가 많은 친구예요. 꼬리를 살살 흔들며 다가오면 다들 넘어갈 수밖에 없답니다."
아들 정훈(32) 씨도 새콤이가 들어온 후 집안 분위기가 많이 좋아졌다고 했다. 새콤이와 처음 만날 때 입가에 미소를 띤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고 했다. "귀가할 때 꼬리를 흔들며 반기는 모습이 너무 예쁘다"고 했다.
새콤이는 잘 짖지 않는다. 낯선 사람을 봐도 물끄러미 쳐다볼 뿐 짖지 않는다. 혹시 벙어리가 아니냐며 물어올 정도다. 그러나 새콤이도 짖을 때가 간혹 있다. 이웃에서 개를 학대해 비명 소리가 들리거나 TV 동물농장을 볼 때면 짖는다고 했다.
개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양희성(58) 씨 역시 새콤이를 좋아한다. 일을 하다 점심을 먹기 위해 아무도 없는 집에 들어서면 새콤이가 문쪽으로 달려나오며 반색을 하며 반겨주니 좋아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 그런 새콤이를 위해 양 씨는 발 마사지를 해주는가 하면 일주일에 한 번 닭을 삶아 보양식(?)을 해주기도 한다.
박 씨는 새콤이가 가끔 구석진 곳에서 집안 분위기를 살피며 시무룩하게 앉아 눈알을 굴리며 눈치를 보는 것이 가슴 아프다고 했다.
"특별히 바라는 것은 없어요. 그저 안 아프고, 건강하게 오래오래 우리 곁에 있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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