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축구 경기규칙 익혀가며 사회생활 약속도 함께 배우죠

전국최강 안동 영명학교 지적장애인축구단

안동 영명학교 축구선수들이 지난달 경기도에서 열린 전국장애학생축구대회에서 우승한 후 포즈를 취했다. 안동 영명학교 제공
안동 영명학교 축구선수들이 지난달 경기도에서 열린 전국장애학생축구대회에서 우승한 후 포즈를 취했다. 안동 영명학교 제공
지난해 4월 열린 전국 지적장애인축구선수권대회에서 김희수(맨 왼쪽) 감독이 경기에 앞서 선수들에게 작전을 지시하고 있다.
지난해 4월 열린 전국 지적장애인축구선수권대회에서 김희수(맨 왼쪽) 감독이 경기에 앞서 선수들에게 작전을 지시하고 있다.
주장을 맡은 국가대표 오명석(왼쪽)과 지난해 장애인축구대상 신인상을 받은 서동훈 선수.
주장을 맡은 국가대표 오명석(왼쪽)과 지난해 장애인축구대상 신인상을 받은 서동훈 선수.

사회생활 속에서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지적장애인들은 어떻게 축구를 할까? 일반인들과 똑같다. 같은 규격의 축구장에서 같은 규칙으로 축구를 한다. 다만 경기시간이 동호인 축구 경기처럼 전'후반 50분 정도로 짧다. 장애인 학교에는 축구팀도 있다. 일반 학교처럼 수업에 큰 지장을 주지 않는 범위에서 훈련을 하고 전국대회에도 출전한다. 전국대회에서 실력을 인정받으면 국가대표로 선발돼 월드컵에도 출전한다. 지적장애인 월드컵은 2002년 월드컵 개최국인 일본에서 시작돼 2006년 독일,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월드컵 개최국가에서 열리고 있다.

안동 영명학교는 전국 최강의 지적장애인 축구팀이다. 영명학교는 지난해 4개 전국대회를 석권해 주목받았다. 이 학교 학생들은 축구를 통해 세상을 살아가는 법을 배우고 있다.

◆ "그냥 축구가 좋아요"

12일 오후 안동시 북후면 소재 안동 영명학교(교장 배영철)를 찾았다. 안동시내에서 차로 10분 거리에 자리 잡은 이 학교에는 유치원생부터 초'중'고교생, 전공과(2년제 대학) 학생까지 260여 명의 지적장애인들이 모여 공부하고 있다.

오후 3시, 수업이 끝나자 운동복 차림의 학생들이 몰려나왔다. 축구부원들이다. 맨땅에다 운동장이 축구장의 절반 크기밖에 안 돼 축구하기에 환경이 열악했다.

하지만 이들의 축구에 대한 열정은 대단하다. 축구부 감독을 맡은 김희수 체육교사는 "아이들이 항상 먼저 운동장에 나와 빨리 축구 하자고 조른다. 비가 와 진흙탕이 돼도 축구를 한다"며 "지나칠 정도로 축구를 좋아해 오히려 운동시간을 조절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김 감독은 "시합에 나가려면 어느 정도 축구 전술을 이해해야 하는데, 학생들의 특성상 반복 훈련으로 팀워크를 다지고 있다"면서 "일반 학생들에 비해 감정기복이 심하고 통제가 안 되는 경우가 많지만 참고 기다리면 문제가 해결된다"고 어려움을 표시했다.

현재 축구부원은 서동훈, 이동주, 김대현, 김성엽, 최성림, 이희서, 정창윤, 김민수, 오명석, 배철환, 송동규, 권승길, 김지후, 김경원, 곽인수, 권순탁, 정재운(1~17 등번호 순) 선수 등 17명이다. 나이는 중학교 1학년인 13세에서 전공과 학생인 22세까지 고르게 분포되어 있다. 시합에 나가는 주전은 대부분 고등학생이다.

주장을 맡은 오명석(18) 군은 고3으로 고1 때부터 국가대표로 활약하고 있다. 오 군은 2010년 남아공 지적장애인 월드컵 대표로 선발됐으나 개인 사정으로 출전하지 못했다. 그는 2014년 브라질에서 열리는 지적장애인 월드컵에는 꼭 참가하겠다고 각오를 다지고 있다. 서동훈(18) 군은 중2 때 영명학교로 전학 오면서 축구를 시작했다. 국가대표로 선발된 적이 있는 그는 다시 국가대표에 선발돼 월드컵에 출전하는 게 꿈이다. 서 군은 "축구부 활동으로 형, 동생들과 함께 어울릴 수 있어 좋다. 골을 넣어 상도 받고, 선생님에게 칭찬을 많이 들어 좋다"고 말했다.

◆ 전국 최강의 지적장애인 축구단

지적장애인 축구팀은 전국에 약 50개 있다. 영명학교와 같은 학생부가 20여 개, 일반부가 30여 개 팀을 두고 있다. 1999년 창단한 영명학교는 전국 최강으로 군림하고 있다. 김희수 감독이 2010년 부임해 팀을 정비한 후 지난해에는 4차례 열린 전국대회를 모두 석권했다. 지난해 4월 제주도에서 열린 전국 지적장애인축구선수권대회 우승을 시작으로 5월 전국 장애학생축구대회, 11월 전국 지적장애인축구대회, 12월 전국 장애인축구최강전에서 차례로 정상에 올랐다.

이 덕분에 올 1월 서울에서 열린 '2011년 한국장애인축구대상 시상식'에서 지적장애인 부문 단체상, 지도자상, 신인상(서동훈 선수)을 받았다. 또 1월 안동에서 열린 경북축구인의 날 행사에서 전국대회 4관왕에 오른 공로로 감사패를 받기도 했다.

영명학교는 올해도 그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4월 제주도에서 열린 전국 지적장애인축구선수권대회에서 3위를 차지했고 5월 경기도에서 열린 전국장애학생축구대회에서는 우승의 영광을 안았다. 영명학교는 이 대회에 경북 영광학교 선수들과 함께 경북대표로 출전했다.

영명학교가 전국 최강의 전력을 갖추게 된 것은 축구선수 출신인 김희수 감독 덕분이다. 김 감독은 "수업 시간을 피해 오전과 오후 각각 체력, 전술 훈련으로 선수들의 실력을 다지고 있으며 시합을 앞두고는 학교 기숙사에서 합숙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 축구로 사회 적응하는 학생들

영명학교 축구부는 고인이 된 이 학교 배연창 전 교장이 창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학생들의 건강을 다지고 단체생활을 통한 사회성을 키우기 위해 축구부를 만들었다는 것.

축구부에 남다른 관심을 보이고 있는 배영철 교장은 "축구부 학생들은 각종 대회 출전으로 연간 한 달 정도 집이나 학교를 떠나 생활한다"며 "학생들이 축구를 통해 많은 것을 배우지만 무엇보다 타지 생활을 통해 사회 적응능력을 키운다"고 강조했다. 배 교장은 "우리학교 학생이 고교생으로는 유일하게, 그것도 1학년 때부터 축구 국가대표로 선발됐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다. 그런데도 아무도 관심을 가져주지 않는다" 며 "선수들의 사기 진작을 위해 우리 축구팀이 더 많이 알려졌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김교성기자 kg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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