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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수의 시와 함께] 사무사 - 도배일기67/강병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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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내 서실 훈장의 필체는 제법 개성이 있다

양장본 백과사전과 일회용 조합자료들과 철지난 아이들 교과서가 장식장에 들어있다

"내가 이번에 조합 이사장에 출마헌 건 아시것지?

자네도 조합 회원이드먼.

손님덜두 오가구 해서 이참에 도배를 좀 헐라구.

유리는 샤시에 줬구 장판은 아래가게에 줬네.

그이두 회원이드만.

자네는 도배만 해주믄 되것어.

선거일은 알지?"

낙관 세 개 찍힌 족자에 세 글자가 선명하다

思無邪

도배 일을 하며 겪은 일을 시로 표현하는 강병길 시인의 작품입니다. 이번에는 어느 훈장님 집을 도배하며 얻은 경험을 그려놓았네요.

'사무사'(思無邪)라는 말은 공자가 시의 진정한 경지를 한 마디로 정의한 것이지요. '생각에 사악함이 없다'는 말, 이런 훌륭한 말이 사악한 행위를 덮기 위해 존재한다면 공자에게 이보다 더 큰 모욕이 없겠지요.

생각에 사악함이 없는 '사무사'가 아니라, 생각마다 사악함이 가득한 '사즉사'(思卽邪)의 선거 시절입니다. 생각의 사악함을 꿰뚫어보는 통찰력이 간절하게 필요한 때입니다.

시인, 경북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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