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부터 본격적으로 '틀니 보험화'가 시행됐다. 여러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한 후배 치과의사를 통해 안타까운 소식을 전해 들었다. 한 할머니께서 병원에 와서는 아픈 이를 뽑고 보험틀니를 요청하시기에 입안을 검진해보니 위아래 합쳐 6개의 치아가 남아 있었고 그 중 2개만 상태가 안 좋았고 나머지 4개는 양호한 상태였다고 한다.
그래서 2개의 치아는 뽑고 나머지 4개의 치아에 부분 틀니를 걸도록 권해드렸지만 할머니께서 보험적용을 받기 위해 나머지 건강한 치아도 제거하기를 원하는 바람에 후배는 어찌해야 할 지 몰라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그동안 비용 때문에 쉽게 이용하지 못하던 틀니를 보험을 통해 어르신들이 조금이나마 쉽게 이용할 수 있게 된 점은 매우 다행이라 생각한다. 그렇기에 더 많은 환자에 대한 세심한 고려와 접근이 필요함을 느낀다.
치아의 기능이 떨어지면 틀니를 통해 보조를 받아야 하지만 지금의 보험정책은 모든 치아가 없을 경우에만 적용된다. 자기 치아 한두 개만 있어도 치아에 틀니를 걸 수 있기 때문에 지지력이 향상되는 결과가 생기는데도 틀니의 보험 적용을 위해 기존의 건강한 치아를 뽑아야 하는 것은 분명 '소탐대실'(小貪大失)하는 격이다.
틀니에 대한 올바른 인식도 필요하다. 틀니를 하면 자기치아처럼 마음대로 쓸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지만 잇몸위에 얹혀 있으니 씹는 힘이 조금이라도 강하면 잇몸이 아프고 침으로 붙어 있게 되니 잘 떨어진다.
더욱이 익숙하지 않은 틀니 사용법을 75세의 나이에 배우고 숙달해가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따라서 의족이나 의수처럼 일명 의치로 통하는 틀니를 익숙하게 사용하기 위해서는 적응기간이 필요하고 적응을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 그런데 그런 노력을 안 하면 틀니를 주머니 속에 갖고만 다니고 사용을 안 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또한 치과치료가 어르신들에게서는 체력소모를 많이 가져온다. 게다가 치료 과정에 음식물 섭취가 잘 안되기 때문에 기력이 더 떨어지는데 어르신들의 협조를 얻어가며 잘 맞는 틀니를 만드는 것이 치과의사들에게 큰 숙제로 여겨진다.
이런 저런 진료실에서 만나게 되는 어려움을 토로하다가 문득 치과의사들에게 환자를 설득하는 능력이 환자를 치료하는 능력만큼이나 중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틀니 보험화 정책의 성공여부도 치과의사들이 어르신들을 잘 설득해서 결과적으로 틀니를 주머니가 아닌 입 안에서 잘 사용하게 이끄는 데 달려 있을 것이다.
이희경(영남대병원 치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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