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박현수의 시와 함께] 엉덩이/ 윤석정

등을 타고 내려가면 언덕이 나오고 오롯한 언덕 사이 웅덩이가 있다

언덕과 웅덩이가 합쳐져 엉덩이가 되었다

엉덩이뼈가 살살 아려왔다 여태 뼈를 만져주고 풀어준 게 엉덩이였다

엉덩이는 고작 입에 풀칠하겠다고 넘어지지 않겠다고 만날 뒤뚱거렸다

책상 앞에서 끙끙거렸다 엉덩이가 힘을 줄수록 흔들거리던 마음이 새어나오곤 했다

웅덩이 안에서 얼마간 고여 있어야 나오는 똥처럼 엉덩이는 덜 여문 마음을 가뒀다

더러 술 취한 엉덩이는 잡히지 않는 마음을 잡으려다 되레 마음에 걸려 넘어졌다

뒤뚱거리던 엉덩이가 다시 의자에 앉아 끙끙거리는 동안 마음의 엉덩이뼈가 아려왔다

시인은 상투적인 말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는 존재입니다. 그래서 그는 발꿈치의 각질을 제거하여 세상을 민감하게 느끼게 하는 언어의 피부미용사라 할 수 있습니다. 이 시에서 시인은 언덕과 웅덩이의 합체가 엉덩이라고 하여 그 말에 대해 새롭게 생각하게 합니다.

그래서 엉덩이 이야기는 엉덩이뼈를 받쳐주는 언덕, 방귀처럼 잘 잡히지 않는 마음을 가두는 웅덩이로 흘러가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마음의 엉덩이뼈가 아려오는 것은 왜일지 한 번 생각해 보세요. 자신을 납득시킬 만한 답을 찾는 일은 시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는 일이니까요.

시인'경북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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