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달성산업단지에 위치한 상신브레이크㈜는 브레이크 분야 국내 시장 점유율 1위를 달리고 있는 중견기업이다.
2000년 이후 10년간 반복된 '노조파업'은 회사 성장을 가로막는 '브레이크'로 작용했지만 지난해 노사협력 상생 프로그램 실행 이후 돌파구를 마련하고, 매출 1조원 기업을 향해 다시 페달을 밟고 있다.
◆파업의 상징, 상신브레이크
1953년 '상신화학공업사'로 창립한 상신브레이크는 종업원 수 640여 명의 국내 최대 브레이크 생산업체이지만 지난 2010년까지 대구 대표 노조파업장으로 통했다.
노조는 2000년 19일간의 파업을 시작으로 지난 2010년까지 한 해도 거르지 않고 매년 평균 28일 파업하는 등 강경 투쟁을 이어왔다. 이로 인해 매년 5월부터 7월 말까지 제조 현장은 가동과 중단을 반복했다. 파업을 대비해 미리 재고를 쌓아둘 수밖에 없었고, 파업시기가 다가오면 사무실 업무를 보던 관리직원들이 제조 현장에 출동했다.
회사는 파업 후유증에 몸살을 앓았다. 무리한 재고 쌓기로 자금 압박에 시달렸다. 관리직원이 제조 업무를 대체하면서 불량 발생이 잦아졌다.
무엇보다 노'사 간 신뢰가 깨졌다. 김효일 대표는 "노사 서로가 콩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믿지 않을 정도였다"며 "머리띠를 두르고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는 노조원들 생각에 작업현장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무거웠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파업의 악순환에 시달리던 회사는 결국 2010년 8월 23일 직장폐쇄를 단행했다. 그해 43일간의 장기 파업으로 10년 넘게 곪은 상처가 터지고 만 것이다.
◆노사협력의 물꼬를 트다
상신브레이크 성장에 제동을 걸던 '파업'은 직장폐쇄 이듬해인 2011년부터 사라졌다. 상신브레이크 노동조합 문영희 위원장은 "직장폐쇄 조치가 내려지면서 노조원들이 민노총에 대해 염증을 느끼기 시작했다"며 "상급 조합의 정치적인 갈등 속에 의미 없는 파업이 결국 회사의 존폐까지 위협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상신브레이크는 위기를 기회로 삼는 데 성공했다. 바로 '노사협력 상생 프로그램'이다. 김 대표는 "타 회사를 직접 방문해 협력적 노사관계를 벤치마킹하기 시작했다"며 "다양한 전문가를 초청해 강의를 열고, 전 직원이 참여하는 교육 시간을 통해 소통의 기회를 늘렸다"고 말했다.
회사는 또 생산성 향상을 위한 노조의 작업환경 개선 요구를 적극 실천했다. 2011년 총 15억원을 투자해 작업환경을 바꿨고, 매 분기마다 전 직원을 대상으로 회사 실적을 보고했다. '신뢰'가 쌓이기 시작한 것이다.
문 위원장은 "협력 프로그램으로 이전에는 각자가 선을 긋고 선입견을 가졌던 두 단체가 지금은 함께하면서 가까워졌다"며 "서서히 의심이 줄어들었고 믿음이 생겨났다"고 말했다.
◆상생 그리고 제2의 성장
노사 상생 프로그램은 성공적이었다. 노사협력 첫해인 2011년 상신브레이크는 2010년 대비 생산성이 12%나 증가했고, 매출액 2천200억원을 넘어서는 등 기대 이상의 성과를 올렸다. 회사의 노사협력 프로그램은 노사발전재단과 고용노동부가 공동으로 연 '2011년 노사 파트너십 프로그램 우수사례 경진대회'에서 최우수상을 받기까지 했다.
상신브레이크는 노사협력을 통해 얻은 성장을 계속 이어갈 계획이다. 회사는 2011년 지식경제부가 선정하는 월드클래스 300에 선정되면서 국책사업으로 해상풍력발전기용 블레이드와 상용차에 들어가는 전자식 감속장치 국산화 개발 사업을 따냈다. 이를 통해 신사업으로 진출하는 것은 물론 매출 1조원의 중견기업 청사진을 그릴 예정이다.
김효일 대표는 "이제 회사를 경영하는 데 있어서 '파업'이라는 변수를 고민하지 않아도 될 정도가 됐다. 그만큼 성장에 대해 집중할 수 있고, 이로 인해 얻는 이익을 노사가 함께 누릴 수 있다"며 "국책사업에 집중해 미래 먹을거리를 찾을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노경석기자 nk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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