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달서구 송현동 송현제림타운~청구3차그린맨션 앞 횡단보도. 왕복 4차로를 오가는 차량이 잇따르지만 신호등은 없었다. 한 보행자가 횡단보도를 건너다가 차량 한 대가 갑자기 지나가자 깜짝 놀라면서 뒤로 물러났다. 길을 건너려는 사람이 서 있어도 멈춰 서거나 속도를 줄이는 차는 보이지 않았다. 이곳에선 석 달 전 L(48) 씨가 몰던 승합차에 Y(49) 씨가 치여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대구 북구 읍내동 칠곡우방타운 앞 왕복 2차로 앞 횡단보도. 관음로에서 대구칠곡우체국 방향으로 운행하는 차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신호등이 없기 때문에 차량이 지나가면서 보행자를 발견해도 멈추지 않았다. 이곳에서도 지난 4월 횡단보도를 건너던 K(86'여) 씨가 Y(50) 씨의 5t트럭에 치여 크게 다쳤다. 임진규(59'대구 북구 읍내동) 씨는 "안전을 위해 황색 점멸신호등이라도 설치해야 하지만 구청이나 경찰이 전혀 신경을 쓰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신호등 없는 횡단보도가 보행자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대구경찰청에 따르면 대구시내 횡단보도 6천231개 중 신호등이 없는 횡단보도는 2천950개로 전체의 47.3%에 이른다.
올해 신호등이 없는 횡단보도에서 일어난 교통사고는 모두 170건이다. 한 달 평균 24건이 넘는 교통사고가 발생한 셈이다.
신호등이 없는 횡단보도에서 일어나는 사고는 대부분 차량들이 횡단보도를 발견하더라도 서행하지 않기 때문에 일어난다. 운전자가 횡단보도 근처에 다다랐을 때 주의 및 서행 운전을 유도하기 위해 황색 점멸신호등을 설치하지만 이마저도 무용지물인 경우가 많다.
달서경찰서에 따르면 6월 한 달간 송현제림타운~청구3차그린맨션 사이에 설치된 두 개의 횡단보도 중 황색점멸 신호등이 없는 횡단보도에서 발생한 교통사고는 1건이었지만 황색 점멸신호등이 설치된 곳에서는 3건이나 발생했다.
달서경찰서 관계자는 "황색 점멸신호등이 설치된 곳에 교통량이 많아서 사고 방지를 염두에 두고 설치했지만 오히려 큰 효과는 없었다"고 말했다.
신호등을 설치해 보행자 안전을 확보하는 것이 가장 확실한 해결책이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 신호등 설치는 대구경찰청에서 교통안전시설심의위원회를 열어 신호등을 새로 설치할 곳을 정한 뒤 대구시에 요청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이 때문에 횡단보도 주변에 사는 주민들이 신호등 설치를 요구해도 위원회에서 거부하면 그만이다. 게다가 신호등 설치에 드는 2천500만~3천만원의 비용도 부담이다. 대구경찰청 관계자는 "교통사고를 방지한다고 모든 횡단보도에 신호등을 설치하면 교통 흐름에 장애가 생길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화섭기자 lhssk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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