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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춘추] 말은 인품을 담는다

심지현(문학박사
심지현(문학박사'대구가톨릭대학 강사)

소설을 원작으로 영화화하여 흥행에 성공하게 되면 본디의 소설도 덩달아 판매량이 증가하게 되는 것이 정석처럼 되어 있다. 청소년 소설 '완득이'는 영화 개봉 이후 성인용 책으로 발간돼 다시 한 번 재미를 본 대표적인 작품이라 할 수 있다.

18살의 반항아 완득이, 난쟁이 아빠, 좀은 모자라는 말더듬이 삼촌, 이주민 출신의 엄마, 옆집의 말 많은 화가 아저씨, 삼류 무협소설 작가 누나, 똥주 선생 등이 열어가는 가상의 세계에서 어떤 꼬투리를 잡아낸다는 건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장애인, 다문화가정, 저소득층에 이르는 다양한 사람들의 진실된 모습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휴머니티와 리얼리티가 살아있는 작품이어서 더욱 그러하다.

소설 '완득이'는 제1회 창작과비평 청소년문학상 수상작이다. 그런데 이 책을 청소년들에게 권장해도 되는지 매우 조심스러워진다. "너도 쪽 팔려? 새끼야, 가난한 게 쪽팔린 게 아니라, 굶어서 뒤지는 게 쪽팔리는 거다, 이 새끼들아." 그동안 마음의 문을 닫았던 완득이 세상과 소통하는 법을 배워가는 과정에서 똥주 선생과 나누는 대화의 일부분이다. 물론 똥주 선생이 말끝마다 붙이는 이 상소리는 친밀감을 드러내는 문학적 장치로 볼 수도 있다. 문제는 작품 군데군데에서 지나치리만큼 흔하게 난발하는 '×발' '새O'와 같은 상소리가 한창 감수성이 예민한 청소년들의 정서함양과 우리 생활에 어떤 악영향으로 작용하게 될지 몹시 조심스럽다는 말이다.

청소년들의 언어가 갈수록 거칠어지고 있다. 길거리, 버스, 교실 등, 심지어 매우 조심스러워해야 할 어른들 앞에서도 욕설이 난무하고 있다. 청소년들이 모이는 곳이면 마치 욕 대회라도 하는 듯한 착각에서 헤어날 수가 없다. 청소년들만 입버릇처럼 욕을 내뱉는 것은 아니다. 심하게는 말 한 마디 반에 한 마디 욕설을 섞는 어른들도 많다. 무엇보다 경계하고 두려워해야 할 것은 정작 욕설을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는 사람들의 의식이다. 욕설을 입에 담는 게 더 강하고, 더 남자답다는 아주 그릇된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아 여간 안타깝지 않다. 심지어 욕 애플리케이션을 내려받거나 욕을 마치 욕이 아닌 것처럼 위장하여 통용하는 등 욕을 일종의 언어소통 수단인 양 즐기는 것 같아 더욱 눈살이 찌푸려진다.

말씨는 곧 그 사람의 인품이다. 별 의미 없는 일종의 메우기 말이며 유행어 같은 것이라는 이유를 대더라도 욕설이 정당화되고, 합리화되어선 안 된다. 사전을 펼쳐보면 아름다운 우리말이 너무 많다. 그중에서 곱고, 예쁜 말만을 골라 쓰자. 아름다운 우리말 사용을 생활화하면 우리 사회는 훨씬 더 건강하고 밝아질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심지현(문학박사'대구가톨릭대학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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